메뉴로 들어가 '삭제' 버튼을 눌러보지만 지울 수도 없다. 내 폰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23일 이용자의 선택권 보호를 내세워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등이 스마트폰에 미리 설치한 앱을 사용자게 자유롭게 지울 수 있게 하겠다는 것.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한 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라는 점도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선 탑재 앱의 갯수 자체를 줄이는 게 아니다. 지우지 못하던 앱 중에 일부를 지울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진정한 소비자 선택권 강화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번 제도에 대해 논평을 내고 "스마트폰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는 것에 앞서 선탑재 앱 자체를 최소화하고 소비자가 앱스토어에서 직접 내려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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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모든 폰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쓰는 내 폰은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없다.
오는 4월부터 국내 출시되는 안드로이드폰의 경우에만 사용자가 기본앱을 삭제할 수 있다. 기존 출시된 스마트폰의 경우 저장 데이터 소실 및 안정성 문제 등을 이유로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없다. SK텔레콤의 삼성전자 '갤럭시S4'의 경우 선탑재 앱은 80개(통신사 25개+제조사 39개+구글 16개)에 달한다.
무엇보다 이번 제도는 가이드라인일 뿐, 강제성이 없다. 국내 규제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제조사와 이통사는 협의를 통해 삭제가 되는 선탑재 앱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얼마나 실천할지는 미지수다.
앱에 대한 기능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선택 앱'이 아닌 '필수 앱'이라며 마케팅 목적에서 자의적 해석에 따라 삭제 가능 앱을 정의할 수도 있다.
구글도 이번 가이드라인을 빗겨갔다. 가이드라인 적용은 국내 제조사와 이통사에만 해당된다. 구글이 기본 제공하는 앱은 13~16개. 소비자에게 삭제권을 주지 않아도 된다.
구글측은 "가이드라인을 살펴보고 있다"고만 밝힐 뿐 삭제권 적용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다른 나라에서도 기본 앱을 삭제한 전례가 없다"며 "강제 규정도 아닌데 자사 OS의 서비스 노출을 일부러 줄일 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