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목동신시가지5단지 "검색된 내용이 없습니다"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4.01.2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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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도로명주소]내 주소 찾기는 숨바꼭질? 뒤죽박죽 도로명주소

그래픽=강기영그래픽=강기영


 #서울 양천구 목동○○로(옛 목동)에 사는 주부 정모씨(38)는 안전행정부가 운영하는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주소를 찾다가 스트레스만 쌓였다.

 기존 주소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 두들겨봐도 '검색된 내용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5단지 △△동 □□□호'라는 주소를 사용했는데 이 주소명으론 새 주소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정씨는 포털을 붙잡고 한참을 씨름한 끝에 자신의 집이 '양천구 목동동로 350'(목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라는 것을 찾아냈다. 안내시스템에서 도로명주소 참고항목과 지번주소에 '5단지'가 누락돼 검색되지 않은 것이다.

 황당한 것은 일부 단지의 경우 참고 항목으로 '목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단지'로 기재돼 검색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1·2·7·9·13단지는 '○단지'로 입력해 새 주소를 찾을 수 있었다.



 기존 지번주소 검색을 통해 찾는 방식에 번지수인 '912'를 빠트린 것도 정씨가 새 주소를 찾는데 애를 먹은 이유가 됐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번지수를 입력하지 않으면 정확한 도로명주소를 찾기 어렵다.

 정씨는 "아파트에서 번지수를 넣어 주소표기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동이름과 아파트이름만 쓰면 문제없던 주소체계를 왜 이리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정부가 운영하는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 게시판에는 주소를 찾을 수 없다는 민원이 쏟아진다. 이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검색체계 때문에 적극적으로 새 주소를 찾으려는 민원인들의 공분을 산다는 지적이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 1월1일부터 20일까지 자치구 대표번호를 통해 120 다산콜센터에 주소를 문의한 경우는 2067건이다. 자치구 문의유형 182개 가운데 새 주소 문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0.3%에서 올해 1.0%로 부쩍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120 문의까지 합하면 도로명주소 문의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명주소로 혼란스러운 곳은 주거시설만이 아니다. 고객들에게 정확한 위치정보를 알려야 하는 서비스업의 경우 바뀐 주소로 인해 혼란을 겪는다.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과 우정사업본부에서 안내하는 우편번호가 달라 병원 전산업무에 혼선이 생겼다는 불만부터 많은 거래처가 세금계산서상 도로명 표기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이익을 걱정하는 질문까지 혼란스런 상황들이 안내시스템 게시판에 올라온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민자역사의 CGV왕십리의 경우 도로명주소를 홈페이지에 '고산자로14길'로 명기했다가 오류표기를 지적하자 '왕십리광장로 17길'로 수정했다. 수정한 주소 역시 옳은 표기가 아니다. 안전행정부의 도로명주소 표기법에 따르면 길은 띄어쓰기 없이 표기해야 한다.

 안내시스템에서 '로'와 '길'을 띄어서 표기하면 검색할 수 없다. 이처럼 서울에 위치한 CGV의 27개 상영관 중 도로명주소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곳이 9곳이나 됐다.

 일선 자치단체는 연일 이어지는 도로명주소 문의로 피로감이 쌓였다. 서울시내 한 자치구 도로명주소 담당자는 "일부 누락된 주소도 있고 다른 건물이 하나의 주소로 통합되는 등 사용자의 불편사례가 발견된다"며 "새 주소를 찾을 수 없다는 민원에 일일이 대응하느라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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