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존 자사주의 블록세일이나 신주 발행 유상증자는 주권 가격을 정해진 산식에 따라 산출한다. 블록세일은 단기투자자인 헤지펀드 등이 물량을 사들일 경우 금세 다시 출회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최근 기존 주가대비 할인율이 5%를 넘어서기도 한다. 유상증자의 경우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라 기존 주식의 가치를 희석하기 때문에 그만큼 할인율이 높게 책정된다.
최근 3년간 해외시장에서 GDR 발행에 성공한 기업 중 OCI는 2.7%, 영원무역은 2.6%의 할인율로 예탁증서 거래에 성공했다. 두 회사는 신주 발행을 통해 GDR을 찍었는데도 투자자 모객을 훌륭히 이뤄내 할인율을 3% 이내로 책정하는데 성공했다. 기업은행은 신주발행이 아니라 기존 자사주를 활용한 구주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주식의 희석효과가 없어 할인율이 더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은행은 GDR 발행을 위한 해외 인지도를 훌륭히 쌓아왔다. 10년 전인 2003년 국내 금융기관 중 최초로 국내외 동시상장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이던 ING를 통해 당시 10.6%의 지분을 GDR로 바꿔 3억 달러(약 3300억원, 한국투자증권 보유분 매각)를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함께 뉴욕과 런던 홍콩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로드쇼(NDR)를 진행하면서 인지도를 더 높였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GDR은 해외 투자자들이 발행사에 가진 인지도가 성공의 관건인데 이미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외국에 더 잘 알려져 있다"며 "GDR 발행으로 자사주를 처리할 경우 국내 증시 활용법보다 더 낮은 할인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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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예탁증서 발행으로 자사주가 유동화 될 경우 국내 시장에서의 물량 부담(오버행)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GDR을 무위험 차익거래의 수단으로 여기고 일부는 예탁증서를 취득한 이후 차익이 기대된다면 곧바로 원주 전환을 노리고 있어서다.
GDR 투자자들은 정해진 발행가격과 비율대로 언제든 국내 원주를 취득할 수 있다. 발행가액보다 국내 주가가 더 높다면 공매도를 포지션을 취하고 추후에 국내 주식으로 전환해 갚아 아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이런 거래는 대부분 GDR 발행가액 결정일과 상장일 사이에 이뤄진다. 차익거래가 많을 경우 국내 상장 주가는 단기간에 요동치게 된다.
결국 기업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만큼 중장기 투자매력을 주느냐가 GDR 발행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수요가 높을 경우 오버행 이슈도 줄고 장기 보유를 약속한 투자자들이 은행 주가를 지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미래가 확실치 않다고 평가될 경우 물량부담으로 인해 GDR 발행이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기획재정부는 9% 지분을 팔아 5000억원 이상의 세수를 보충할 계획이다. 정부가 GDR 발행을 허락하지 않을 경우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