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지 못한 세상에게, 시인이 차려주는 밥상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4.01.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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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시가 있는 밥상'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게, 시인이 차려주는 밥상


손에 든 꽃이 무색해라/ 일마치고 돌아오는 사람을 맞는/ 저기 꽃보다 환한/ 불빛

그림이 그려지는가. 바깥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를 기다리는 포근한 안식처. 오인태 시인의 시집 '별을 의심하다'에 담긴 '집'이라는 시다. 저녁 무렵의 불 켜진 집은 종일 지친 몸과 마음에 위안이 되고, 따끈한 밥상에 대한 기대감도 준다.

우리에게 '밥상'은 그렇다. 건강이고 위로다. 상차림은 소통의 방식이자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공동체이며 가족이고, 엄마다.



'밥상 시인' '정치 논객'으로 통하는 오인태 시인이 첫 에세이집 '시가 있는 밥상'을 펴냈다. 이 책은 60편의 시와 60편의 에세이, 그리고 그가 직접 차린 60개의 밥상으로 구성됐다. 시와 에세이, 밥상, 이 세 가지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균형을 이루니, 딱히 시집이라거나 산문집, 요리책으로 규정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그가 페이스북에 실었던 것을 이 한 권에 담은 것이다.

시인은 "내가 차린 밥상은 단지 음식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상을 복원하고자 하는 의지이자 간절한 염원"이라며 "밥상머리 담론은 당황스런 시대를 우회하는 내 나름의 방편이고 세상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서 왕성하게 정치담론을 펼치던 그가 어느 때부터 정치적 발언을 접고 직접 차린 밥상과 시, 그리고 문학·정치·경제·사회·교육·역사 등을 두루 섭렵하며 에세이로 다시 세상에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런 그의 소통방식은 그야말로 '통'했다. 시인이 직접 올린 글과 사진에 사람들은 500에서 많으면 1000회 이상 '좋아요'를 눌렀고 수백 개의 댓글을 달았다. 그는 시대를 우회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동안 '안녕하지 못한' 세상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 저녁 밥상 차리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일까. 하지만 그는 거르지 않고 차려냈고, 그 상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눈 만찬이 됐다. 저녁밥상이라는 일상의 민낯을 세상에 그대로 내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며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밥상을 차리면서 제 일상은 차츰 정상으로 돌아왔고 평온해졌다. 일상이 회복되었다는 것만큼 확실한 치유의 징표가 있겠는가. 사람들이 제 시와 밥상을 통해 위안을 받았다면 아마 그것은 일상의 건재함에 대한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시가 있는 밥상=오인태 지음. 인사이트북스 펴냄. 312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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