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을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4.01.12 13:06
글자크기

[이슈 인사이트] 선택에 따른 부작용을 '과소평가'하는 '정상화 편향'(Normalcy bias)

그들은 왜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을까?


# 2005년 8월 미시시피주 해티스버그.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다가온다는 소식을 들은 데이비드 맥레이니(David McRaney) 기자는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카트에 물과 식료품, 생필품 등을 잔뜩 쓸어 담았다. 그러자 옆에서 쇼핑하던 한 사람이 기겁을 했다. 그의 카트에는 빵 몇 조각과 탄산음료 정도만 담겨있었다.

맥레이니 기자가 "아무리 준비를 해도 과하지 않아요"라고 하자 그 사람은 담담한 표정으로 "별 일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이 지역은 카트리나로 인해 2주 동안 전기가 끊기고 도로까지 차단됐다.



모든 사람들이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고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선택한 행동이 가져올 파괴적 결과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상화 편향'(Normalcy bias)라고 부른다.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평소와 다름없는 정상적인 상황이다"라며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현실을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1985년 일본 도쿄대 사회학과의 미카미 순지, 이케다 켄이치 교수는 '대규모 긴급상황 및 재난에 관한 국제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재난이 닥쳤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행태를 정리했다.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재난이 다가올 때 먼저 친숙한 정보를 토대로 상황을 해석하고 사건의 심각성을 절대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위기를 별로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또 자신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생각하려고 애쓰는 '반사적 불신'(Reflexive incredulity)이라는 심리학적 현상도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문제의 해결책보다는 "괜찮으니 걱정말라"는 말을 더 듣고 싶어한다. 이는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문제의 해결을 늦출 뿐이다.

최근 일본 식민지배와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선택했던 고등학교들이 각계각층의 반발에 부딪혀 곤욕을 치른 뒤 결국 상당수 학교들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


경북 청송의 청송여고를 비롯해 경기도의 수원 동우여고, 여주 제일고, 파주 운정고, 성남 분당영덕여고 등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방침을 바꿨다. 경기 파주의 한민고도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이들 대부분이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의 반발과 항의전화, 시위 등을 겪어야 했다.

현재 서울디지텍고 정도만 아직 교학사 교과서 채택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서울교육단체협의회와 중구용산시민모임 등이 서울디지텍 앞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여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반대'한다고 그 '반대'가 항상 진리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반대'하는 것을 선택할 때 져야할 부담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그 부담에 대한 충분한 고민없이 대부분이 '반대'하는 것을 선택했다면 '정상화 편향'에 사로잡힌 판단 오류에 다름 아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