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1조 야간순찰 여경 "좁은 차안에서 男경찰과…"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4.01.12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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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딩블루스]워킹맘 한밤중 긴급소집 등 남모를 여경의 아픔

"남자도 하기 힘든 이 일을, 내가 왜 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다. 밤샘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면 집안일이 시작되니 녹초가 된다."

서울 일선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여경 A씨는 경찰이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자랑스럽게 생각할 때가 더 많다. 하지만 남성적인 경찰문화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가정까지 꾸리다 보면 '왜 하필 경찰이 됐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때가 있다.



A씨는 일하면서 가장 불편한 부분이 경찰 동료와 순찰을 돌 때다. 순찰차를 2인1조로 타는데 2시간 이상 남자 경찰과 좁은 공간에 있다 보니 불편할 때가 적잖다. 환경이 열악한 경찰서는 휴게실, 화장실 등에 남녀 분리가 돼 있지 않는 곳도 있다.

술 취한 시민이 여경을 무시하는 태도로 대하거나 시위·집회 현장에서 신체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밀치거나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여성이기도 하지만 경찰이기에, A씨는 이런 정도는 이제 웃어넘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런 고충은 '단순한 불편' 수준에 불과하다. 여경의 역경은 결혼과 임신, 육아에 접어들면서 본격화된다. 임신한 상태에서 변사 사건이나 잔인한 성폭행 사건 등을 다루기도 한다. 좋은 것만 보고 들어야 한다는 '태교'는 범죄를 다루는 여경에게 '먼 나라' 이야기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여경 B씨는 아이 셋을 둔 '워킹맘'이다. B씨는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돌보기 위해 경찰서 대신 4교대로 근무하는 지구대를 자원했다.

B씨는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동시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시작해야 한다"며 "쉬는 시간에 쉴 수 없고 집안일까지 해야 하니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갑자기 야간에 긴급 소집이 떨어져 한밤 중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른 적도 많다. 자는 아이를 들쳐 업고 출동해 우는 아이를 숙직실에 맡겨놓고 현장으로 출동을 한 사례도 있다.


가정과 직장생활을 모두 챙기려면 그야말로 '슈퍼맘'이 돼야 하니 형사 등 업무 부담이 큰 핵심 파트에서는 버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이 몇 키우다보면 어느새 변두리로 밀려나 있더라", "오기로 버텨야 한다"는 이야기는 농담이 아니다.

종로구 창신동 여자경찰기동대/머니투데이DB종로구 창신동 여자경찰기동대/머니투데이DB


그러나 '여경이 꼭 필요한 일'도 적지 않다. 아동이나 여성 성폭행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우락부락한 남자 경찰보다는 여경이 피해자 진술을 받거나 조사를 진행하는 데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집회나 시위에 동원될 때도 여경이 나서면 자칫 충돌로 치달을 수 있는 분위기를 좀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여성을 제압하거나 검거해야 하는 상황에도 여경이 나서야 추행과 같은 논란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 거주자, 유학생 등이 늘면서 우수한 외국어 능력을 가진 여경들이 업무에 기여하는 바도 적잖다.

무엇보다 섬세하고 꼼꼼한 여성의 특성은 경찰의 다양한 업무 분야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경이 '여성'에 적합한 업무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남자 경찰과 똑같이 경쟁하고 경찰이 해야 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최근엔 경찰 조직 내 여경에 대한 '유리천장'을 뚫고 나오는 여경들도 줄을 잇고 있다.

현재 경찰 내에서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치안정감 다섯 자리 중 하나인 부산지방경찰청장은 '고졸 출신 여경'으로 유명한 이금형 청장이 맡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경찰 인사에선 김해경 경찰청 보안1과장이 경무관으로 승진, 네 번째 여성 경무관에 올랐다. 10일에는 김숙진 경찰청 경정, 김경자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정, 이광숙 충북경찰청 경정 3명이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 승진예정자로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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