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안정성이 최고라는 공무원 시험, 어깨라도 펴려면 대기업 입사가 지상과제다. 유독 좁아보이는 다른 길은 내 길 같지 않았다. 하지만 '서른즈음'에 가까워질수록 불안감만 짙어졌다. 결국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한 20대는 30대에도 '취업준비생'이 직업이 된다. 대학진학률 80%를 넘긴 우리나라 20대의 자화상이다.
1984년생인 박신영(30) 폴앤마크 소장의 20대도 그랬다. 모두들 회의적이었다.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그녀에게 주변 사람들은 '삽질'이라며 만류했다. 그럴수록 불안감만 커졌다. "정말 내가 삽질을 하는 게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20대 대학시절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만 주저 앉을 수 없었다. 그녀는 도전을 선택했다.
박신영 폴앤마크 소장
"이 정도면 됐겠지"라는 생각은 없었다. 공모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LG애드 공모전에도 혼자 참가해 대상을 받았다. 이렇게 모은 상만 23개다. 사람들은 그녀를 '공모전의 여왕'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대학생이 가장 만나고 싶은 대학생' 1위에 오르는 등 유명세도 탔다. 제일기획은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고 채용했다.
하지만 20대의 도전은 또다시 이어졌다. 제일기획에서도 경험을 쌓은 그녀는 교육컨설팅 업체인 폴앤마크로 이직한다. 그녀는 현재 대학 등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또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담은 '기획의 정석', '삽질정신' 등 베스트셀러도 그녀의 손을 거쳤다. 최근에는 새로운 직함도 생겼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소통·인재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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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20대들에게 "스스로의 삽질을 허(許)하라"고 조언한다. "20대에 불안에 매몰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불안을 뛰어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관건은 삽질 같아 보이는 상황에서도 '얼마나 깊고 넓게 팔 수 있느냐'입니다. 멈추지 않고 절대량을 쌓아 놓는게 중요합니다". 그녀가 "삽질을 허하라"라고 말하는 이유다.
"불안감을 떨쳐내세요"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그는 미국에서 소셜게임(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연동된 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교환학생을 마친 후 당장 과 동기 2명과 함께 창업을 결심했다. 2009년 1월, 그는 20대 창업가가 됐다. 창업을 논의하던 장소가 모임공간인 '토즈'였다. 마침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회사 이름이 '선데이토즈'로 정해진 이유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선 탓이었다. 창업을 결심한 시기도 공교롭게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모두가 성공보다는 실패를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성공했다. '국민게임' 반열에 오른 애니팡이 선데이토즈의 작품이다. 선데이토즈는 지난해 11월 스마트폰 게임업체로서 이례적으로 코스닥에도 상장됐다.
그는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늘 도전에는 불안과 위험요소들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확신만 가득하다면 그것은 도전이 아닐테니까요. 그것을 이겨내고 버틸 수 있는 '열정'과 힘이 되는 '조력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국민을 열광케 한 게임개발자의 성공 스토리다.
"옵션이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창업 DNA'를 가졌던 그였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의 어머니는 와튼스쿨 동기들이 그랬던 것처럼 번듯한 글로벌 컨설팅업체에 들어가길 원했다. 결국 그는 졸업과 함께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맥킨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맥킨지의 생활은 길게 가지 못했다. 2년 뒤 그는 다시 자신의 꿈을 찾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2010년, 20대 중반의 나이에 그는 청담동의 한 가정집에서 친구 4명과 함께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를 창업한다. 티켓몬스터는 이후 승승장구, 최근 전 세계 1위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과 합병됐다. 인력 및 경영은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이다. 5명으로 시작된 회사는 이제 1000여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성공에 머물지 않았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패스트트랙아시아를 공동설립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청년창업가를 지원하고 있다. 티켓몬스터에서 근무하다가 다른 사업을 창업한 이들도 10여명이 넘는다. 티켓몬스터는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파는 커머스 회사가 아니라, '인재'를 양성하는 공간으로도 변모하고 있다.
신 대표는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도 장점이 있겠지만 작은 회사는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크다"며 "도전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티켓몬스터가 창업되기 전인 2009년 1만8000여개 불과했던 벤처기업이 지난해 11월 기준 2만9000여개를 넘었다는 것을 보면, 신 대표의 바람도 이제 서서히 현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