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E-Discovery와 디지털 포렌식

머니투데이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 교수 2014.01.0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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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E-Discovery와 디지털 포렌식


최근 미국기업이 국내기업을 상대로 낸 지식재산권침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내기업이 변론전 전자증거조사단계에서 이메일 기록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미국 법원은 배심원에게 미국기업의 주장에 유리하게 증거판단을 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이후 국내기업이 엄청난 배상판결을 받게됐다. 이처럼 지식재산권소송에서 변론전 전자증거조사제도에 대한 대응여부는 기업의 존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변론전 전자증거조사제도(E-Discovery)란 무엇일까. 미국에서 비롯된 이 제도는 변론이전에 증인신문, 석명, 문서제출요구, 감정 등 증거조사를 거쳐 변론기일에 집중심리를 유도하는 절차다. 판사앞에서 모든 증거조사가 이뤄지는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제도다.

또 디스커버리(E-discovery)는 이를 전자정보에 확대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2006년 12월 1일 미국의 민사소송규칙이 개정되면서 시행됐다.



이 제도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전자정보를 쉽게 삭제할 수 있지만 고도의 과학적인 기법을 통해 삭제나 수정여부를 밝힐 수도 있다. 따라서 지식재산권분쟁에서 전자정보를 제대로 조사·수집하고 변형된 정보를 추적하는 조사기법이 소송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 때문에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 기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래 포렌식이라는 용어는 범죄와 관련된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찾아낸다는 의미를 가지지만 넓은 의미로는 증거를 조사해 법원에 제출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즉 전자정보 등을 보관·수집·발굴하는 모든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지식재산권 분쟁 등에서 유·불리한 전자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이를 추적·발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는 디지털 포렌식 전문기법의 활용이 소송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변론전 전자증거조사제도나 디지털 포렌식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자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보관·저장하고 상대방의 전자정보를 어떻게 추적·조사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포렌식이 주로 공정위 조사과정이나 형사사건의 조사과정에서 논의되고 활용돼 왔으나 이제는 민사소송에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또 전자정보에 대한 증거조사 절차를 표준화하고 절차별 업무수행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는 등 제도적 정비도 요구된다.

아울러 국경없는 디지털시대에 국내기업의 해외활동지원을 위해 디지털 포렌식산업을 집중 발전시키야 한다. 전문가 양산도 필수적이다. 이제는 분쟁해결절차에 있어서도 디지털 포렌식과 같은 디지털화가 요구되므로 관련 법제도 역시 정비가 절실하다.

민사 증거조사절차에서도 사립탐정을 합법화함으로써 디지털 포렌식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돼 창조경제의 일익을 담당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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