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선 TG삼보 대표
이홍선 TG삼보 대표(54)는 인터뷰 내내 TG삼보가 전통적인 PC제조회사로 인식되는 것을 거부했다. 의외였다. TG삼보는 데스크톱PC과 올인원PC 등 정부 조달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올린다. 노트북, 태블릿PC 등 여느 PC제조사들이 갖추고 있는 라인업도 충실하게 다 따르고 있다. 어떻게 봐도 HW(하드웨어)회사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말 출시한 대형 디스플레이 'TG 빅 디스플레이 70'은 여러모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700만~800만원대 고가의 3D 스마트TV 대신 200만원대의 '착한' 가격에 고해상도의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이 제품은 지난해 말 출시한 이래 지금까지 500대가 팔렸다. 1,2차 예약판매 물량이 모두 매진되는 예상 밖의 성과였다.
오픈마켓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새로운 시도도 했다. 이 과정에서 TG삼보 서비스에 호평이 쏟아졌던 것도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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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폭스콘이라는 든든한 제조 파트너사를 만났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적은 물량이지만 TG삼보에 제품을 준 것은 우리의 브랜드와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TG삼보 회사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제품군과 연동되면서도 외연을 넓혀갈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 시장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이 대표가 야심차게 시작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 'TG튠스'가 대형 디스플레이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즉, 70인치 디스플레이는 이 대표가 찾은 TG삼보가 있어야 하는 이유인 셈이다.
"이스라엘이 지금 벤처기업, 창조경제로 각광을 받는 데는 인구가 없고, 땅이 없고 자원이 부족해서라고 해요. 성공하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더 악착같이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낸다는 거죠. TG삼보도 마찬가지 상황 아닙니까. 그러니까 저희도 성공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많이 배우고 노력하고 있어요."
1980년 설립돼 올해로 34년째를 맡는 TG삼보는 2000년 한 때 매출이 4조원에 달했던 영광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05년 다른 제조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HP라는 대형 파트너사를 잃으면서 자금줄이 말랐다. 이후 법정관리와 IT벤처기업 셀렌에 인수, 이후 워크아웃 신청 등 쉽지 않은 10년을 보내야 했다.
지난해 TG삼보는 매출 1150억원, 영업이익 1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 1250억원에 영업이익 20억원. 앞으로 몸집을 한꺼번에 키우기보다는 작지만 강한 기업, 작아서 더 이유있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한편 이 대표를 만난 2일은 TG삼보 임직원들의 시무식이 하루종일 열렸다. 각 부서 별로 새해 계획과 경영전략을 발표하는 중요한 자리. 이 대표는 "시무식 시작하기 전에 일단 참석한 팀장급들까지 떡국부터 대접했다"며 웃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동막골 마케팅'이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마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리더십에 대해 묻자 백발이 성성한 이장이 강원도 사투리로 '뭘 많이 먹여야지'라고 답한 데서 착안했다.
최근 문을 연 TG이벤트홀도 고객을 초대해 소박한 '집밥'을 먹이는 위한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제품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혹은 호기심에 방문했다 밥을 얻어먹고 간 고객들이 벌써 500명이 넘는다. 파워블로거나 구매고객 등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 식사모임도 있었다.
"저희는 우리 제품이 제일 좋으니 무조건 사라고 하지 못합니다. 대신 우리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들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저희는 그래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빵 반죽'같은 제품을 내놓으려 합니다. 프로슈머, 매니아층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창의가 나올 수도 있겠죠. 고객들과 같이 해봐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