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꿈을 위해서 일이 필요했다. 구석구석 살펴본 아프리카의 속살을 영상으로 담아 상업화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고 싶은 일을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길로 창업을 선택했다. 국내 최초 아프리카 전문영상 제작사 '필름아프리카'는 이렇게 탄생했다. 권은정(27) 대표는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돌아가지 말고 굶어죽기야 하겠느냐는 생각으로 부딪혀 볼만 하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케냐에서도 제작사를 차려 현지 방송사 2곳과 일하고 있다. 아직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하루하루 행복한 도전을 펼치는 중이다.
이후 강씨는 홍승용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대표(현 덕성여대 총장)를 찾아가 "좋은 인재들과 연구소를 만들겠다"고 했다. "해보던가"라는 답이 돌아왔고 갓 서른의 나이에 학교이름을 따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 고려대디지털미디어랩을 세웠다. 현재 직원 30명(개발자 10명)에 연 매출액 3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권은정 필름아프리카 대표/사진제공=필름아프리카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실시한 '창업인프라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전국 대학의 창업동아리 수는 1833개(회원 2만2463명)로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재학 중 대학생 창업수도 2012년 377개 기업(407명)으로 전년(199개)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해외에서 기회를 노리는 청년들도 적잖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신흥시장은 개발이 덜된 만큼 기회가 많다. 예컨대 인터넷쇼핑, 외식프랜차이즈 등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업들도 이들 국가에선 새로운 아이템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일찍이 현지 진출한 청년 개척 1세대들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캄보디아 IT개발자들을 모아 소프트웨어 시장을 처음부터 만들고 있는 한국 청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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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학가에서 창업 열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2000년대 초 소위 '닷컴열풍'이 꺼진 이후 청년창업은 여전히 불씨가 지펴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에 따르면 벤처기업 CEO(최고경영자) 중 20~30대의 비중은 2001년 56.2%에서 2012년 11.6%로 급감했다.
우수한 인재, 이른바 'A급' 청년인력이 창업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선호하는 현상도 문제다. 벤처 창업자 중 석·박사의 비중은 1998~2001년 43.2%에서 2012년 26.3%로 떨어졌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미국, 유럽 모두 그 사회에서 제일 우수한 청년들이 창업한다"며 "우리나라의 가장 똑똑한 젊은이들이 고시보고 삼성전자 가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월9일 영국 런던의 창업단지인 테크시티 내 '구글캠퍼스' 건물 지하 카페. 연말 연휴시즌임에도 창업을 희망하는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가득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런던(영국) 박종진 기자
독일 뮌헨에서 만난 한 전자제품 강소기업 사장은 젊은이들의 대기업 쏠림 현상을 묻자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큰 조직의 부품이 되기보다는 실력 있는 중소기업에서 자기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가 낙인이 아니라 자산으로 여겨질 때 위험을 감수한 도전이 나올 수 있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청년 기업가에게 기존 기업보다 지원 폭을 더 늘려주는 차별적 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