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박찬호, 김병현, 류현진이 살아가는 방식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3.12.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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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 ⓒ사진=OSEN↑ 류현진 ⓒ사진=OSEN


넥센의 ‘한국형 잠수함 투수’ 김병현(BK, 34)이 17일 구단과 올해 연봉 6억원에서 무려 4억원이 삭감된 2억원에 2014년 연봉 계약을 한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놀랐고 또 웃기도 했다.

김병현의 계약에 대한 평가 및 분석 기사들을 읽다 보니 지난 2005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연봉으로 최고인 70억원(657만달러) 가까이 받던 그가 무려 66.7%에 달하는 삭감률에 액수로는 2011년 투수 박명환이 LG와 계약할 때 깎였던 4억5000만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에 달하는 큰 금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얘기 없이 사인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박명환 보다는 낫다. 박명환은 연봉 5억원에서 5000만원이 됐으니 90% 삭감에 전년도 연봉의 겨우 10%를 받게 됐었다. 그런 수모를 감수하고 LG에서 재기를 노리던 박명환은 올 시즌 후 결국 방출됐고 제 9구단 NC 다이노스에 입단해 내년 시즌에 나선다.

박명환이 NC 다이노스와 계약한 2014년 연봉은 5000만원이다. 그는 2011년 이후 줄곧 5000만원 연봉 선수로 남아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왕년에 내가’를 생각하면 야구를 때려 치울 것 같은데 아직도 마운드에 오르려 하고 있다.



박명환은 무려 17년 전 프로 3년 차에 연봉 5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충암고 졸업 후 1996년 두산 베어스에서 데뷔했으니 1998년 연봉이 5000만원이었다. 두산에서 11년을 보낸 그가 2006 시즌을 마치고 서울 라이벌 LG와 4년간 계약금 18억원, 연봉 5억원, 옵션 2억원으로 최대 40억원에 계약을 맺었을 때만 해도 자신에게 연봉 5000만원에 야구를 하게 되는 때가 오리라고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올해 36세인 박명환은 NC 다이노스에 테스트까지 자청하면서 간절하게 재기에 대한 진정성을 보인 끝에 입단 허락을 받았다.

↑ 박찬호 ⓒ사진=OSEN↑ 박찬호 ⓒ사진=OSEN
궁금했다. 만약 넥센 구단이 김병현에게 90% 삭감된 연봉 6000만원, 혹은 박명환과 같은 5000만원에 2014년 연봉 계약을 추진했다면 김병현이 받아들였을까.


글쓴이가 아는 김병현이라면 연봉이 100만원이라도 자기가 야구를 하고 싶으면 조건에 상관없이 하는 친구이기에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계약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월급쟁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김병현이 4억원이 삭감되는 수모를 당하면서 계약을 했는데 그의 2014년 연봉이 5000만원도 아니고 2억원이다. 김병현이 부럽고 누구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면 한숨이 나온다.

2012시즌을 마치고 한화에서 은퇴해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온 투수의 길을 접은 박찬호(40)가 ‘메리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왔다. 엘린(7) 셀린(5) 두 딸과 함께 이제 LA에 정착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카드에는 아내와 두 딸, 가족 사진이 가득 담겨 있었다. LA 근처 ‘마리나 델 레이’ 라는 바닷가에 산다. 마리나 델 레이는 세계적인 요트 정박지로 유명한 아름다운 도시이다. 두 딸이 바닷가의 삶을 즐기며 건강하게 그을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찬호와 김병현에 류현진도 부러웠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진출해 단 1년 만에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 올시즌 후 자유계약선수가 돼 소속팀 롯데와 4년간 75억원 이상에 계약한 포수 강민호를 비롯해 몇몇 야구 스타 선수들도 선망의 대상이 됐다.

지난 2007년 봄 삼성의 에이스였던 배영수는 LA에서 프랭크 조브 글리닉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인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다.
↑ 김병현 ⓒ사진=OSEN↑ 김병현 ⓒ사진=OSEN
당시 김병현은 LA 서쪽 UCLA 대학 근처에 집이 있어 후배 배영수를 진심으로 챙겼다. 배영수는 “(김) 병현이 형은 참 멋있게 인생을 즐기는 것 같다. 열심히 야구를 해서 얻은 것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산다.”고 부러워했다. 당시 김병현은 콜로라도 소속이었고 배영수처럼 미혼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김병현과 배영수(32) 모두 결혼해 자식을 두고 있고 김병현이 극도로 부진했던 금년, 배영수는 14승4패로 다승왕을 차지했다.

현재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부사장인 조 토리 전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감독은 2007년 ‘USA 투데이’ 신문의 유명 스포츠 칼럼니스트, 할 보들리와 인터뷰를 하면서 흥미로운 말을 했다.

조 토리 부사장은 당시 뉴욕 양키스 감독이었고 연봉으로 750만달러(약 80억원)를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포수로 뛰며 그가 받은 최고 연봉이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도자로 변신해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할 보들리는 조 토리 감독에게 “수백만 달러의 연봉이 인생 스타일을 어떻게 바꾸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 토리 감독은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가면서 내가 무엇인가를 원하거나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이제는 내가 만약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나는 할 수 있게 됐다.”고 대답했다. 다만 ‘물질적으로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에는 집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생각해보면 박찬호 김병현 류현진 이대호 강민호, 여러 스타들이 부러운 것은 이미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완벽하게 갖추었다는 사실이다.

배영수는 시즌을 마치고 대한사회복지회 대구 혜림원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2011년에도 경북대 병원에 1000만원을 지원해 소외 이웃을 도왔다.

어쩌면 그게 가장 부러운 일이다. 야구를 하고 싶으면 야구를 하고 누구를 돕고자 할 때 선뜻 할 수 있는 여유로움. 그러나 욕심이 생겨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만 한다면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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