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회사 GM(제너럴모터스)가 최근 차기 CEO(최고경영자)로 내정한 메리 바라 글로벌 제품 개발 및 구매, 공급망 담당 수석 부사장. /사진=블룸버그
GM에 495억달러(약 52조원)의 구제금융을 투입한 미국 정부는 끝내 10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봤지만 GM의 복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가는 2010년 재상장 이후 상승세를 달려 최근 최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고 전문가들은 GM이 올해 일본 토요타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왕좌를 탈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선 업계의 파괴적 현실을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수용했다는 점이다. 2011년 당시 베스트바이 CEO(최고경영자)였던 브라이언 던은 실적 악화를 아마존 등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탓으로 돌렸다. 소비자들이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제품을 살핀 뒤 정작 구매는 온라인을 통해 한다는 불만이었다.
델타항공은 2005년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고공행진하는 유가와 극심한 경쟁을 문제 삼았다. 특히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과 제트블루와 같은 저가 항공사들이 노선을 확대하며 고객들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2007년 파산보호에서 졸업한 델타항공은 유가 상승과 저가항공사의 공세가 일시적 악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델타항공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리처드 앤더슨 CEO는 감원과 함께 전반적인 임금 문제에 대해 노조와 재협상에 착수하는 한편 노선을 축소했다. 또 중고 비행기 구매 비중을 높이고 정유사를 인수해 유가 상승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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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도 2009년 파산보호를 신청하기까지 수십년간 토요타를 비롯한 경쟁사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그럼에도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며 일관성 없는 브랜드 정체성 등 고질적인 병폐를 방치했다.
GM의 회생을 진두지휘한 댄 애커슨 당시 CEO는 결국 '험머'와 '새턴'과 같은 브랜드를 처분하고 회사 규모를 한창 때의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했다.
대담하게 핵심가치의 전환을 꾀한 게 두 번째 비결이다. 투박하고 덩치 큰 차를 선호했던 GM은 자동차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GM이 지난주 글로벌 자동차업계 사상 첫 여성 CEO로 내정한 메리 바라가 변화를 주도했다. 가볍고 맵시 있는 차를 좋아하는 그가 부활시킨 '쉐보레 말리부'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10대 자동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베스트바이와 델타항공도 적극적인 변화에 나섰다. 베스트바이는 매장 환경을 개선하고 직원들을 훈련시켜 면대면 고객서비스를 강화했다. 동시에 당일 온라인 구매 서비스를 도입해 아마존을 위협했다.
델타항공도 고객 신뢰와 서비스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다. 고객서비스 담당자를 통해 현장에서 직접 민원을 처리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델타항공의 정시 운항률은 95%까지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세 회사 모두 신성장 동력에 과감하게 투자해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다. GM의 '쉐보레 볼트'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기차라는 명성을 얻었다.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는 '쉐보레 볼트'를 2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 자동차로 선정했다.
베스트바이도 가전 사후서비스(AS) 부문인 '긱스쿼드'와 모바일 매장인 '베스트바이 모바일', 홈씨어터 전문매장인 '매그놀리아' 등 사업모델을 늘리고 있다.
델타항공이 스마트폰으로 수화물을 실시간 추적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덕분에 베스트바이는 올 들어 주가가 250% 급등한 가운데 지난 3분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델타항공 역시 올해 주가가 2배 넘게 올랐고 4년 연속 흑자를 달성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