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의 '벼랑끝 전술'과 '소탐대실'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3.12.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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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의 리얼톡(RealTalk)]

군인공제회의 '벼랑끝 전술'과 '소탐대실'


 살다 보면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를 봐야 할 때가 있다. 최근 쌍용건설 경영 정상화를 놓고 채권단과 비협약 채권자인 군인공제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까 우려된다.

 1230억원 가량의 미수채권(PF대출)을 보유한 군인공제회는 쌍용건설 및 채권단과의 자금회수 협상이 틀어지자 최근 쌍용건설 공사현장 7곳의 기성대금에 대한 가압류에 들어갔다.



 군인공제회의 가압류로 현재 해당 공사현장들은 올스톱 상태라고 한다. 하도급업체들에게 결제해야 할 기성대금 인출이 불가능해지면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사 중단으로 쌍용건설은 당장 영업실적과 재무구조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논의 중인 채권단 추가출자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채권단 입장에선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혈된 자금이 군인공제회로 빠져나간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붙기'나 다름없어서다.



 연말까지 채권단의 추가출자가 없으면 쌍용건설은 상장폐지와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일부 채권단들 사이에선 "아쉽지만 이제 손을 놔야 할 때인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말들까지 나온다. 쌍용건설과 채권단 입장에선 군인공제회의 이번 가압류가 '벼랑 끝 전술'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군인공제회와 채권단의 말을 종합하면 군인공제회는 미수채권 회수조건으로 PF대출 원금 850억원은 2년에 걸쳐 상환하고, 연체이자를 포함한 이자 380억원은 분할상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이자탕감 등을 요구하자 곧바로 법적조치에 나섰다고 한다.

 군인공제회는 이번 가압류가 공제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말한다. 공제회원들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겠다는 군인공제회의 의지는 높이 살만 하다. 하지만 과연 이번 가압류가 공제회원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군인공제회의 '벼랑 끝 전술'로 채권단 추가출자가 결렬되고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어떻게 될까.

 통상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되고 부채삭감, 출자전환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쌍용건설의 주주는 물론 채권자와 거래업자들도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 일부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해도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비협약 채권자인 군인공제회 역시 마찬가지다. 담보권이 설정된 남양주 화도 사업장을 처분해 일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이 사업장의 매각가치는 약 45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군인공제회의 미수채권은 후순위로 구분돼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면 다른 채무자들보다 더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쌍용건설과 연결된 14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이다. 현재 쌍용건설이 협력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미지급금 규모는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이들 협력업체는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또 한 번 건설발 경기위축과 사회·경제적 혼란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시공능력순위 13위인 쌍용건설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PF대출 부실로 재무상태가 나빠졌지만 국내외 영업력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견 건설기업이다. 현재 해외에서 수행중인 공사만 8개국에 16개 프로젝트로, 27억 달러(한화 약 3조원)에 달한다.

 건설업계에서 쌍용건설은 자금수혈만 되면 조기회생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금은 당장의 이익보단 대의를 위해 조금 더 멀리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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