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최근 한 언론사와 만나 했다는 발언이다. 이 발언에 대한 금융권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왜, 굳이, 지금, 저런 말을 했을까"였다. "겸허히 책일질 각오가 돼 있다"(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정도의 발언이 순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내가 감사팀을 파견했다'는 어 전 회장의 말도 국민은행과 금융감독당국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국민은행 본점에서는 정말 포상 받을만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도쿄지점을 검사했다. 검사 결과는 충격이었다. 대출실적이 좋았던 것은 불법대출 때문이었고 숨겨진 부실도 엄청났기 때문이다. '내 지시로 감사팀이 갔다'는 어 전 회장의 주장 앞에는 '내가 포상을 지시했다'는 말이 빠져 있는 셈이다.
박 전 부사장은 지난해 ING보험 인수를 무산시킨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을 막기 위해 미국의 주주총회의안분석회사인 ISS에 내부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받았다. 부하 직원 관리를 못한 어 전 회장도 함께였다.
같은 건으로 제재 대상에 올랐지만 제재심의 과정에서 두 사람의 논리는 달랐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박 전 부사장은 ISS에 정보를 제공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제재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어 전 회장은 사전에 보고를 받지 않아 알지 못했다는 논리를 폈다. 한쪽은 '죄가 없다'고, 한쪽은 '죄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몰랐다'고 한 셈이다.
어 전 회장과 달리 박 전 부사장은 '어 전 회장에게 3월4일 또는 5일경 구두보고했다'고 밝혔다가 어 전 회장이 이를 부인하자 그는 "상급자가 보고받지 않았다고 하니 상급자의 진술이 더 타당할 것 같다"며 오히려 어 전 회장을 감쌌다.
어 전 회장이 그렇게 구하고 싶었던 라이언 일병은 결국 중징계를 받아 금융권 재취업의 길이 막혔다. 반면 본인은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제재 수위를 낮췄다.
"외부에서 온 고상한 CEO가 큰 그림만 그리려다 보니 내부 단속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국민은행에서 잇따라 터진 사고들을 보며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가 내린 원인분석이다. '큰 그림만 그리던 외부에서 온 고상한 CEO'가 누군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