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국민은행 그만 흔들자

더벨 박종면 대표 2013.12.02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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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간 소비자단체가 막대한 고객피해를 초래한 국민은행의 비리 및 부실의혹을 조사해달라며 금융당국에 국민검사를 청구하겠다고 나섰다. 이 단체는 최근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을 보면 ‘제2의 동양사태’로 불릴만하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인다. 과연 그런가.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이번 사건들이 3000만명에 이르는 국민은행 고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지 여부다. 고객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소멸시효가 임박한 고객의 주택채권을 위조해 100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바꾼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건과 예·적금 담보대출로 받은 이자중 55억원을 더 받은 보증부대출 이자 과다수취 건이다.



특별검사 결과가 나오면 고객들의 피해 유무 및 피해규모가 드러나겠지만 피해자 숫자나 피해금액이 아주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피해금액은 수십억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은행이 이걸 보상하지 못하겠는가.

불완전판매로 4만명 이상의 고객이 1조6000억원의 피해를 입고, 더욱이 계열사들의 부실화로 채권 투자자들이 보상을 받기가 매우 힘들어진 ‘동양사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비교대상도 아니다.



다음으로 제기되는 게 이른바 비자금 조성 의혹이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전직 직원들이 1700억원 이상을 부당하게 대출해주고, 2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그 중 5000만원 이상이 국내 상품권 구입에 쓰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감독당국 쪽에서는 어윤대 전 회장 등 전직 경영진에 흘러갔을 수도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천억원대의 불법대출을 통해 거액의 대출 커미션을 챙기고, 이 돈이 경영진한테 전해져 정치적 용도로 사용됐다면 그건 진짜로 비자금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이건 지나친 비약이다.

도쿄지점 부당대출 건은 사실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머니투데이 더벨에 보도된 것만도 지난 4월이다. 어윤대 회장 민병덕 행장 시절부터 골칫거리였다. 그 때 이미 경영진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검사가 진행됐고, 대책이 논의됐다. 어떤 의도를 갖고 일부러 숨기려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게 어느 날인가부터 ‘비자금 의혹’으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도쿄지점 사건은 비자금 조성이 아니라 그냥 부당 커미션 수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나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과 관련한 비자금 조성 주장도 그렇고, ‘4대천황’ 시절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요즘 금융당국자들은 비자금 의혹을 너무 쉽게 말하는 것 같다.

카자흐스탄 BCC은행 부실 건은 강정원 전 행장 등의 잘못된 판단으로 2008년 인수 이후 그동안 8000억원에 육박하는 부실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정상화 과정에 있다. 경영상황이 느리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더욱이 정치외교적 문제로 철수하고 싶어도 못하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카자흐스탄과 중국 해외법인이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와 지도공문을 받았는데도 경미한 사안이라며 보고도 않고, 파악도 못하는 국민은행 경영진의 안이한 태도와 한심할 정도의 조직 장악력에 대해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전 은행장에게 별 생각없이 성과급을 지급하는 순진하고 무딘 정무감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국민은행의 사건들을 ‘사태’로 몰아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비자금 조성’과 ‘제2의 동양사태’로 까지 몰고가는 것은 지나치다.

이제는 금융감독원 검사와 검찰의 수사결과를 기다려 보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비상경영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한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를 믿어보자.

이젠 그만 흔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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