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동부메탈 동해공장은 부친인 동곡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이 운영하던 곳으로 김 회장의 어린 시절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김 회장이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을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 김준기 회장, 종합전자회사 ‘꿈’ 수정
동부그룹 내부에서 동부하이텍은 김 회장의 분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동부하이텍(옛 동부전자)이 설립되던 1997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시스템반도체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시기였다. 당시 주위에서 반도체 사업 진출을 적극 만류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동부가 망한다 하더라도 파이어니어(선구자) 역할로 만족한다.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해서 한국 반도체 산업발전에 기여하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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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동부하이텍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이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동부하이텍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김 회장이 직접 1조3000억원의 대출에 지급보증을 서고 1000억원대의 주식을 연리 1%에 대여하기도 했다. 동부하이텍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이후 2009년 김 회장은 35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동부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던 동부메탈 지분 50%를 인수하는 파격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동부하이텍은 1조9000억원에 달하던 차입금을 4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낮춰 흑자 경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0년 동부하이텍은 특화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했고 올 상반기에는 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기존에는 부품과 소재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종합전자회사를 목표로 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대상(B2C) 전자회사로 도약하는 방향으로 목표가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 동부메탈 매각, 고향·추억·아버지 내려놓다
동부메탈 매각 또한 파격적이다. 김준기 회장과 동부메탈의 관계를 아는 임직원이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동부메탈의 주력 공장은 김 회장의 고향인 동해에 위치해 있다. 이 공장은 과거 부친이 운영하던 곳으로 어린 시절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이 공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김 회장이 곧바로 달려가 인수한 것도 이런 인연 때문이다.
이후 김 회장은 시설투자를 통해 합금철 생산기지로 탈바꿈시켰고 지금은 합금철 분야 국내 1위, 정련 합금철분야 세계 2위로 도약했다.
동부그룹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이 동해와 강원도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며 “자구계획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동부메탈 매각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