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메이커를 개발해 미국 유명 체인에 공급하기 시작한 강미선 피에나 대표. /새너제이=유병률기자
분유메이커를 개발해서 미국 유명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강미선(39)씨 이야기이다. 출발은 “엄마들이 분유를 만들 때 불편함을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했다. 강씨는 출산 후 몸이 아파서 한달 동안 남편이 아기를 키웠다. 아기가 배가 고파 울고 보채던 기억이 생생하다. “문득 내가 이 불편함을 해소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아이에게 바로 먹일 수 있는 분유가 만들어져 나오는 기계가 있으면 되지 않겠나 라는 생각. 커피머신처럼 말이죠.”
강미선 대표가 개발한 분유메이커. 정식명칭은 ‘텐더 터치 베이비 포뮬러 메이커(Tender Touch Baby Fomula Maker).
판매는 지난달부터 홈페이지(www.mypiena.com)를 통해 시작했고, 이달 말부터는 미국의 대표적인 생활용품체인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Bed Bath & Beyond)’와 아기용품 체인인 ‘바이바이베이비(buybuybaby)’에서 판매된다. 개발은 청계천 부품으로 하고, 생산은 중국에서 하지만, 판매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해서 내년 이후 아시아와 유럽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가격은 149.99달러(약16만원)이다.
강 대표는 분유메이커 이외에도 5개 제품을 개발 중이고, 다른 아이디어들을 계속 쌓아놓고 있다. 가습기, 스팀청소기, 진공청소기, 공기청정기, 푸드메이커, 제빵기, 토스터, 선풍기, 비데, 냉장고, 세탁기 등 주부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가전 가운데 자신이 이노베이션을 넣을 수 있는 제품은 다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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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엄마들이 집에서 늘 사용하는 소형가전에서 대표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서 “피에나에서 제품이 나오면, 사람들이 ‘분명 신기한 것일 거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혁신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함을 그냥 묻어두지 않고 해소해보자는 것. 그것이 혁신이라는 것.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생활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그의 혁신이 더 와 닿는 것 같다. 분유메이커도 개발과정에 참여했던 2명의 엔지니어는 LCD 디스플레이도 넣고, 여러 기능의 버튼도 넣고, 앱과 연동될 수 있도록 하자고 고집했지만, 그는 한사코 반대했다. “엄마가 되면 그런 것들은 절대 안 쓰게 되지요. 매뉴얼도 안 읽어봅니다. 몇 번 눌러보고 되면 그냥 씁니다. 그래서 버튼 하나로 다 해결한 거지요.” 모두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 기능을 하나씩 없애는 것도 큰 혁신인 셈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혁신.
혁신은 꼭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스티브 잡스만 하는 것도 아니다. 청계천 상가의 부품들 속에서, 공업사의 베테랑 사장들한테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청계천과 실리콘밸리가 통하는 것처럼, 세상 모든 혁신도 결국엔 통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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