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탈퇴 해 말아?…따져 보니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13.10.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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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팩트] "가입자 증가" 복지부 아전인수… 탈퇴는 신중해야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과 정승 식약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제공, 송원영 기자.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과 정승 식약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제공, 송원영 기자.


14일 서울 계동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기초연금을 둘러싸고 여야 및 정부간 격론이 벌어졌다.

야당은 기초연금 후퇴 및 당초 청와대에 국민연금 연계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던 복지부의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고, 정부와 여당은 기초연금 수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야당은 복지부가 의원들에게 전달한 청와대 보고서가 원본이 아니라 발췌본이라며, 내용을 변조해 의원들에게 제공했다는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들의 탈퇴 증가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 민주당 의원이 9월 한 달간 일자별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탈퇴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초연금안을 확정한 9월25일 이후 하루 평균 탈퇴인원은 365명으로 그 이전 257명과 비교해 평균 100명 넘는 인원이 더 탈퇴했다고 밝혔다.



지난 5년 간 임의가입자 일일평균 탈퇴자가 82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결과다.

◇전체 가입자는 늘었다는 복지부…진실은?

복지부는 최 의원의 발표 직후 임의가입자만 줄었을 뿐,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포함한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는 늘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연금 가입의 강제성 여부를 간과한 '아전인수'이다.
국민연금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득이 있다면 무조건 가입된다. 탈퇴를 하고 싶다면 이민을 가는 방법 외에 없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가 기초연금 확정안 발표 이후에도 늘어난 것은 강제 가입 의무자인 취업자와 사업자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탈퇴자 중 절반 정도는 취직 등으로 임의가입자에서 어쩔 수 없이 탈퇴한 사람들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 발표 전 임의가입 탈퇴자 중 같은 사례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예년보다 임의가입자의 탈퇴가 크게 증가한 것은 명백한 사실인 셈.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에 대한 국민 여론을 파악하기에는 자유의지가 작용하는 임의가입자 탈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임의가입자들의 탈퇴, 신중하게 판단해야

그렇다면 임의가입자가 국민연금에서 탈퇴하고 기초연금 20만 원을 전액 받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 될 수 있을까.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들은 본래 국민연금 대상은 아니지만 본인의 선택에 따라 가입과 탈퇴가 가능한 사람들로 주로 전업주부들이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지난 10일 기준 18만6114명.
2011년 한 해 동안 8만912명, 지난해 3만6756명이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오히려 2만390명이 줄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기초연금 수령액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자 보험료로 지불되는 금액에 대한 기회비용은 살리되 기초연금 최고액 20만 원은 모두 받겠다는 심리가 탈퇴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국민연금에서 탈퇴할 경우 기초연금은 20만 원을 전액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연금 수령액은 정상적으로 받을 수 없게 된다.

65세 이후 보유 재산가치 상승 등으로 본의 아니게 상위 소득 30%안에 들게 되면 기초연금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까지 염두 할 필요가 있다.

임의가입을 했다 탈퇴한 가입자들이 그 동안 낸 보험료는 국민연급 수급 연령이 되면 지급된다. 10년 이상 가입한 사람은 매달 연금으로 받게 되고, 10년이 되지 않은 가입자는 그 동안의 이자율까지 계산돼 일시불로 받게 된다.

◇74세 이하부터 기초연금<기초노령연금…물가상승률 연동에 '포커스'

74세 이하부터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평생 받을 기초연금 총액이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을 지속적으로 받을 때의 총액보다 적다는 분석결과도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기초노령연금 인상액은 임금 및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국민연금 A값(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으로 연동되지만 기초연금은 물가상승률로만 연동되는 것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기초연금 입법예고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근 민주당은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2020년부터 2050년까지 A값은 5.2% 증가하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2.5% 증가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같은 기간 A값인 5.2%와 연계돼 인상되지만 기초연금은 물가상승률인 2.5%에 연계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미래세대의 손해가 커진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현재 75세 노인이 기대여명(12.4년)까지 살 경우 기초노령연금보다 기초연금을 129만 원 더 받지만, 74세(기대여명 13.1년)는 40만 원을 덜 받는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해당 격차는 더 커진다. 60세는 7757만 원, 50세는 1억4008만 원, 40세는 2억574만 원, 30세는 3억1330만 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은 5년 마다 진행할 '연금액 적정성 평가'를 간과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이 미래세대로 갈수록 기초노령연금보다 손해를 본다는 것은 물가상승률로만 기초연금 인상을 계산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안이 연금액을 물가로 인상하긴 하지만 5년마다 해당년도의 A값에 따라 조정한 금액을 발표할 계획이기 때문에 기초노령연금보다 감소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 복지 전문가는 "복지부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기초연금 입법예고 내용에는 5년마다 진행되는 적정성 평가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다"며 "재정이 안 좋으면 연금액을 줄일 수 있는 여지도 있는 것이다.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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