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풀장파티' 설전, 만약 류현진이 나섰다면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3.09.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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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 윌슨, 의원 비난에 '돌직구'… 파티 논란을 보며

↑ ‘풀게이트(poolgate)’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LA 다저스 선수들이 애리조나 체이스필드 수영장을 점거한 스캔들. 오랜 기간 LA 다저스의 사진 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존 수우씨가 촬영한 사진이다. ↑ ‘풀게이트(poolgate)’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LA 다저스 선수들이 애리조나 체이스필드 수영장을 점거한 스캔들. 오랜 기간 LA 다저스의 사진 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존 수우씨가 촬영한 사진이다.


‘언론의 자유’란 과연 무엇일까?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이며 그 진정한 의미를 우리는 알고 있는가?

메이저리그 신인 류현진(26)이 선발의 한 축을 굳건하게 지킨 LA 다저스는 19일(이하 현지 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 구장인 체이스 필드에서 7-6으로 승리를 거두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LA 다저스 선수단은 클럽하우스에서 샴페인 축하 파티를 펼친 뒤 그라운드를 가로 질러 체이스 필드가 자랑하는 외야의 아름다운 풀장으로 몰려가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에 애리조나 구단의 데릭 홀 사장이 (손님이 남의 집 목욕탕에서?) 무례한 행동이라며 유감을 표명했고 느닷없이 정치인인 존 맥케인 애리조나 상원의원까지 나서 자신의 트위터에 LA 다저스 선수들을 사정없이 비난했다.

글을 올린 시각이 21일 토요일 새벽 2시36분이었다. 맥케인 상원의원은 울분을 참지 못했는지 그 시각까지 잠도 안 자고 가시 돋친 글로 감정을 표현했다. 하기는 LA 다저스 선수들이 샴페인과 맥주로 젖은 유니폼 하의에 우승 기념 셔츠를 입고 수영장에 뛰어 들었으니 서부지구 2위에 그친 애리조나 구단이 화를 낼 만도 하다.



특히 지난 6월 양 팀은 다저스타디움에서 빈볼 시비로 한바탕 벤치 클리어링 다툼을 펼친 악연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 풀장으로 뛰어든 일부 LA 다저스 선수들이 물에 ‘실례(?)’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애리조나 팬들 일각에서는 1970년대 미 닉슨 정부 시절 ‘워터게이트’사건에 비유해 ‘풀게이트(Poolgate)’라고까지 표현했다.

77살의 점잖은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쓴 문장을 보자. ‘No-class act by a bunch of overpaid, immature, arrogant, spoiled brats! “The #Dodgers are idiots”. 그대로 번역해보면 ‘한 무리의 지나치게 돈을 많이 받는 미성숙하고 교만하며 타락한 버릇없는 녀석들이 저지를 격조 없는 행동이다! 다저스 선수들은 멍청이들이다.’가 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이 야구의 인기에 편승해 지역사회에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목적으로 쓴 글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한국에서 벌어진 상황이라면 완전히 다를 것이다.


만약에 서울 연고의 프로 구단이 부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뒤 무례할 정도의 자축 세리머니를 했다고 해서 부산 지역 국회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위와 같은 비난을 할 수 있을까?

존 맥케인 상원의원에 제대로 반박한 LA 다저스 선수는 불펜 투수 브라이언 윌슨이었다. 수염을 깎으면 100만달러(약 11억원)을 주겠다는 면도기 회사의 제안을 거절할 정도로 소신(?)이 있는 그는 2008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에게 패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존 맥케인을 2등만 하면서 불평만 한다고 ‘상원의원 맥컴플레인(McComplain)’이라고 표현하며 비꼬았다. 그의 나이 31살이다. 존 맥케인 의원은 할아버지 뻘이다.

다시 공이 애리조나 선수들에게 넘어왔다. 투수 브랜든 맥카시는 ‘축하 행사는 즐거움(fun)이다. 어디서 하든 어떻게 하든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애리조나 선수들)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내년 시즌에 우리의 수영장에서 축하 파티를 열기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가이다”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존 맥케인과 브라이언 윌슨, 그리고 브랜든 맥카시의 글에서 필자는 각각 ‘보수’와 ‘진보’, 그리고 ‘중도’를 느꼈다. 그리고 그 자유로움과 다양함, 흥미로운 표현에 놀라기도 했다. 필자도 글을 쓸 때 이쪽 저쪽 신경 쓰다가 죽도 밥도 안된 적이 많다.

한편으로는 과연 우리 한국 사회에서 언제 정치인과 스포츠 선수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인지 궁금했다. 과거 박찬호의 전성기 때 각종 선거 캠프에서 수많은 지원 요청이 있었으나 단 한차례도 응하지 않고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 현재도 스포츠인들은 정치색을 띠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구를 소프트볼(softball)과 비교해 하드볼(hardball)이라고도 한다. 류현진은 하드볼을 던지는 투수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엄한 정치를 하드볼 폴리틱스(hardball politics)라고 하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다'고 할 때 영어로 '플레이 하드볼(play hardball)'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거침없이 말할 때 흔히 '돌직구를 날린다'고 한다. 돌직구가 '하드볼(hardball)'이고 영어로 '하드볼 토크(hardball talk)'가 된다.

류현진도 뒤늦게 체이스 필드 수영장에 뛰어 들어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표현한 버릇없는 다저스 선수들 중의 한 명으로 취급을 받았다. 동방예의지국 출신의 류현진이 상원의원에게 주무기인 하드볼(hardball)을 날려보면 미국 주류(主流) 사회는 어떻게 반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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