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허민은 ‘민-새니티(Min-Sanity)가 될수있을까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3.08.31 09:05
글자크기

[장윤호의 체인지업]9월1일 등판… 락랜드 보울더스 마케팅도 눈길

투수 허민은  ‘민-새니티(Min-Sanity)가 될수있을까


한국 야구 유일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Wonders)’의 허민(37) 구단주가 느닷없이 미국의 독립리그 팀, 락랜드 보울더스(Rockland Boulders)의 정식 투수가 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어 29일 하루 종일 화제가 됐다.

27년 동안 야구를 취재하고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허민 구단주의 ‘천재다운 엉뚱함’에 웃음이 났다.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해왔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돼있는 전설적인 너클볼러, 필 니크로에게 ‘보통 사람들’에게는 거금인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를 지불하고 너클볼을 사사(師事)했다고는 해도 허민 구단주를 ‘선수’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갑자기 사회인 야구도 아닌 ‘프로 선수’가 됐다는 것이다. 독립리그 팀의 선수들도 명색이 프로페셔널(Professional) 베이스볼 리그여서 시즌 기간 중 월급을 받는다. 통상적으로 2주에 한번 씩 지급된다.



공식 발표되지 않지만 아마도 허민 구단주는 월 기준 평균 1700달러 정도(최하 700달러, 최다 3000달러) 몸값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허민 구단주의 계약 기간이 겨우 일주일 정도 밖에 안되고 신인이니 700달러를 월급을 기준으로 하면 약 130달러(약 15만원)’를 받고 시즌을 마치게 될 것으로 추측된다.

기사를 읽어보니 허민 구단주는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위메프’의 대표이사직을 지난 달 사임했다고 한다. 락랜드 보울더스에 입단해 본격적으로 ‘프로 투수’에 도전해보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한편으로는 그것과는 무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락랜드 보울더스’의 정규 페넌트레이스가 9월2일(한국 시간 3일) 베어스(Bears)전을 끝으로 종료된다는 것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않는다면 겨우 5경기 안팎 남은 시점에서 허민구단주의 입단이 발표된 것도 흥미롭고 의아하다.


락랜드 보울더스가 속한 독립리그 중 하나인 ‘캔암 리그(CanAm League)’는 5팀으로 구성돼 있는데 락랜드 보울더스는 2위인 퀘백 캐피탈스에 30일 현재 9.5게임차 뒤진 3위에 머물러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전혀 없다.

뉴욕주 라마포(Ramapo) 현지에서 나온 기사에 따르면 허민 구단주의 계약 기간은 시즌 종료 때까지이다. 뉴욕 현지 9월2일(한국 시간 3일) 시즌이 끝난다는 것을 고려하면 허민 구단주는 현지 9월1일 하오 5시(한국 2일 새벽6시) 선발 등판하는 베어스전이 유일한 출장이 된다. 1경기 출장으로 일단 계약 기간이 끝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경기가 케이블TV(한국의 지역에 따라 75, 혹은 78번),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해 한국으로 실황 중계된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록랜드 보울더스의 홈페이지에는 이미 한국의 상품 광고도 올라 있다.

네오플을 경영했을 때 게임 ‘던전 앤 파이터’를 성공시켜 수천억대 거부가 된 성공한 IT 사업가답게 최고의 마케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락랜드 보울더스 입단과 선발 등판 일정을 발표했다. 만약 락랜드 보울더스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면 허민 구단주의 ‘미국에서의 최초의 프로 선발 등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허민 구단주의 도전은 한 경기 선발 등판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내년 시즌 개막 전 실시하는 캠프에 초청장을 받아 놓았다.

락랜드 보울더스의 다소 허풍 같은 마케팅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NBA 뉴욕 닉스의 하버드대 출신 중국계 포인트가드 제레미 린의 등장으로 ‘린 새니티(Lin Sanity)’가 NBA에 불어닥쳤다는 표현이 나왔다. 그런데 락랜드 보울더스는 이것을 응용해 ‘민 새니티(Min Sanity)’가 2013년 시즌 막판 락랜드 보울더스에 시작됐다며 ‘민 매니아(Min Mania)’ ‘민새니티(Minsanity)’가 인쇄된 티셔츠도 만들어 상품으로 내놓았다.

물론 ‘민(Min)’은 허민 구단주의 이름인 민이다. 민 새니티는 민과 인새니티(insanity)의 합성어이다. 인새니티는 원래 ‘미친 짓,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의미인데 과연 허민 구단주가 첫 선발이자 자신의 프로 데뷔전에서 믿기 어려을 정도의 ‘미친’ 투구 내용을 보여줄지 흥미롭다.

사실 허민 구단주의 프로 데뷔 소식에 대해 필자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은 부러움이다. 그가 좋은 투수, 혹은 프로급 투수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김성근감독이 허민 구단주의 너클볼이 수준급이라고 인정하고, 한편으로는 한국 야구에 너클볼 투수가 사실상 한명도 없었다는 것을 고려해도 허민 구단주를 프로 선수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고, 수익을 내기는커녕 매년 수십억원을 쏟아 부으면서도 자신의 꿈인 프로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창단해 운영하고 있고 마침내 미 독립리그에 투수로 데뷔하는 꿈을 이룬 것이 부럽다.

허민 구단주가 소속된 락랜드 보울더스의 선수들은 모두 직업으로 야구를 한다. 월급이 적어 생활이 안되니까 비 시즌에는 주유소에 나가 일도 하고 햄버거 가게에서도 일하며 돈을 번다. 그리고 독립리그 시즌이 시작되면 다시 더 높은 리그, 더 많은 돈을 주는 리그에 오르기 위해 땀을 흘린다.

허민 구단주와는 처지가 다르다. 허민 구단주가 억만장자라는 소문이 선수들 사이에서는 났을 것 같다.

따라서 허민구단주의 독립리그 입단은 야구적으로 접근하면 안 될 것이다. 락랜드 보울더스의 독립리그 구단다운 파격적인 마케팅, 허민 구단주 개인이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 그리고 ‘제2의 허민’이 되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 큰 성공을 거둬야 하고,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