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광풍'에 추석이 두려운 3D프린터株 투자자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3.09.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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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테마주 과열 양상 주의보···투자자들 "매출 실적 없어도 일단 편승하자"

"추석이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만 열리면 바로 상한가인데 하루가 아쉽다"

최근 3D프린터 관련주 강세에 투자자들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3D 프린터 시장이 향후 차세대 IT업계를 이끌 새로운 시장이라고 보는 한편 무더기 테마주 형성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6일 하이비젼시스템 (24,400원 ▲150 +0.62%)은 액면병합 후 거래재개 첫 날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2만7500원에 장마감했다. 하이비젼시스템은 휴대폰 카메라 모듈 검사시스템 관련업체로 지난달 3D 프린팅 관련 사업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3D프린터란 기존 프린터가 잉크로 문서를 인쇄하는 것처럼 석회가루나 고무, 금속, 플라스틱과 같은 원재료를 넣어 입체감을 갖는 실제 제품을 만들어내는 프린터를 뜻한다.

↑학생들이 3D프린터와 대형 CNC 라우터로 만든 공작품을 보고 있다/사진제공=미래부 ↑학생들이 3D프린터와 대형 CNC 라우터로 만든 공작품을 보고 있다/사진제공=미래부


올해 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3D 프린터는 우리가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의 제조방법을 혁신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증폭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3D프린팅산업 육성을 위한 '3D프린팅산업 발전전략 포럼' 발대식을 개최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열 양상에 종목 추천 곤란해"=국내·외 정책 지원 기대감에 3D프린터 관련주는 8월 이후 급등세를 나타냈다. 한 달 여간 주가 상승률은 14~148%에 달한다.

하이비젼시스템은 지난달 1일 이후 지난 6일까지 42.1% 올랐다. 로보스타 (30,550원 ▼600 -1.93%)는 32.4%, 맥스로텍 (46원 ▼56 -54.90%)은 35.6%, 대진디엠피 (1,207원 ▲12 +1.00%)는 14.1%, 파브코 (0원 %)는 91.2% 올랐으며 TPC (3,470원 ▼10 -0.29%)는 무려 147.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명준 KDB대우증권은 "미국 3D프린터 제조업체인 스트라타시스, 3D시스템즈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52배, 45배 수준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미국 3D 프린터 산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은 아직 시작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용 3D프린터 가격이 100만원 대까지 떨어지는 등 최근 3D프린터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어 시장 확대가 가속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나친 주가 급등에 마땅한 관련 종목을 언급하기 부담스럽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시됐다.

IT분야를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3D프린터 산업 전망이 밝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국 3D시스템즈가 이미 전세계 시장의 70~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현재 거론되는 업체들 대부분이 조악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관련주들이 급등하며 종목 추천 요구가 많이 들어오지만 오히려 자제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매출 전무해도 '일단 편승'=문제는 3D프린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업체들도 테마주에 엮이면서 '묻지마 투자양상'이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파브코는 전형적인 자동차 부품회사로 방진 제품을 주로 생산하지만 시장에서는 파브코가 3D프린터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급등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요즘 관련 문의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며 "자동차 관련 부품만을 생산하고 있으며 3D프린터와 관련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며 해당 산업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3D프린터를 생산해 매출실적을 내고 있는 곳은 비상장사인 캐리마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매출실적 보다도 거래량이 얼마 이상 늘어났을 때 거래정지가 될지 등에 관심이 더 높다. 또 거래정지가 되고 난 후 거래재개 첫 날 상한가를 기록한 테마주들이 수두룩하다며 단기과열 종목에 지정되는 것을 괘념치 않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이후 정치테마주가 뜸해지면서 DMZ테마주, 전기차 테마주 등 다양한 테마주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기업재무상황과 무관하게 수직상승한 주가는 곧 수직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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