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요구한 규제의 89%를 풀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정작 기업들은 보다 덩치 큰 규제(상법개정)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각종 정책이나 규제의 우선순위를 성장에 두는 '전향적인' 접근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동건의문을 낭독한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목적은 기업의 효율적 의사결정과 집행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각자 처한 환경에서 최적의 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시행 1년째인 집행임원제를 예로 들며 "제도가 도입되고 효과나 반응이 나오기 전에 또다른 제도로 덧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업의 경영효율성과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무는 "개정안이 받아들여지면 경영권을 잃을 위험이 있는데 어떻게 R&D(연구·개발)나 장기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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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개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상법개정이 아닌 자율선택권을 준 현행 상법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건의에는 전경련 등 4개 단체 외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국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대한건설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한국제지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박 전무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환경으로 인해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이런 정책적 요소로 인해 불확실성이 가중돼 더욱 어려워하고 있다"며 "이번 공동건의에 이처럼 많은 경제단체가 참여하게 된 것도 기업들이 상법개정안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