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푸어' 돕다 전월세 더뛸라...머리 싸맨 정부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2013.08.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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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부추겨 가격상승 이어질 가능성 경계

형편이 어려운 무주택 가구에 정부가 금전적 혜택을 부여해 생활고를 덜어준다. 마침 집값은 떨어져 여유가 있는 층도 집을 사지 않고 전월세 시장에 몰려든다. 수요가 몰리자 집값은 또 뛴다. 정부는 다시 지원책을 마련한다. 악순환이다.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마련해 오는 28일 발표한다고 했지만 '악순환의 단초를 제공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월세 세입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소득공제 한도를 연간 총액 300만원, 월세액의 50%에서 올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주고 시중은행이 3~4%대인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방식도 거론된다. 전세보증금에 대해 간주임대료 과세 제도를 없애는 방안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월세 세입자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자금지원이 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입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대책은 국토부가 그동안 고수해온 정책과 상반된다. 국토부는 거래 활성화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해왔다. 전세시장에서 잠재적 매매 수요층을 걷어내면 수급이 조절되고 전세값도 그만큼 안정화 될 거라는 믿음이다.

4·1대책이 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 렌트푸어를 위해 '목돈 안드는 전세'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큰 골격은 역시 거래 활성화다. 취득세 영구인하나 공공과 민간 모두의 분양공급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급을 줄이면 수급논리에 의해 집값이 오를 것이고 매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거라는 계산이다.

이런 점에서 하우스푸어 대책은 전세난 해결과 맞물린다. 전월세에 대한 일시 지원은 처방보다는 진통제에 가까워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국토부는 설명해왔다.


그러나 청와대가 나서자 국토부가 지금까지 기조와 달리 직접적인 세입자 지원에 나서게 됐다. 정부는 세입자 혜택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전세난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미 월세 소득공제를 시행 중인데 혜택폭을 확대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전월세 보증금이 올라도 건강보험료 인상 부담을 낮춰주는 내용으로 국민건강보험법도 개정했다. 전세보증금이 3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뛰면 전세보증금 전액이 재산이지만 기존 보증금 3000만원에 10% 인상분 300만원을 반영, 3300만원에 대한 보험료를 부과하는 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월세 세입자들에게 직접 지원을 하게 되면, 집주인이 그부분만큼을 전세가격에 전가하거나, 여유가 생긴만큼 수요가 확대돼 전세값 상승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월세 세입자 직접 지원과 더불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분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등 장기적 관점의 전월세난 해소 대책도 꾸준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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