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유리베(좌)와 류현진 /사진=OSEN
다저스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서 4-2 역전승을 거뒀다.
다저스가 메츠에 4-2로 앞서고 있던 8회. 'MLB.COM'이 제작한 중계 영상에 류현진이 유리베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더그아웃에 있던 류현진이 유리베를 향해 슬쩍 다가가더니 손으로 유리베의 오른 뺨을 툭 민 것이다. 당시, 유리베는 무언가를 먹고 있던 중이었다.
/사진=다저스 트위터 캡쳐
과연 류현진이 유리베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그리고 유리베는 정말 정색할 정도로 화가 많이 난 것일까. 네이버 이영미 칼럼(7월 4일자)에 따르면 류현진은 인터뷰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이 고향인 후안 유리베와 헨리 라미레즈(30), 그리고 쿠바 태생의 야시엘 푸이그(23)와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며 "이들 4명 모두 고향을 떠나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고 있다. 그런 태생적인 인연들이 우리들을 더 끈끈하게 뭉치게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푸이그가 유리베의 글러브에 바나나를 숨긴 뒤 건네주는 장난을 치고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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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바로 이들 4명은 다저스 내에서 누구보다 더욱 끈끈하고 친한 사이인 것이다. 그리고 이 4명 중 가장 '맏형'인 유리베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동생들의 장난을 그저 마음 속으로 다 묵묵히 받아주고 있는 것이다. 이날 류현진의 행동도 이런 막역하고도 스스럼없는 사이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었을까. 최근 다저스는 46경기에서 38승 8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두며 지구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팀 분위기도 그 어느때보다 좋다.
지난 11일 템파베이전. '조미예의 MLB현장' 보도에 따르면 헨리 라미레즈는 더그아웃에 있던 유리베의 야구방망이 위에 바나나를 올려놓는 장난을 쳤다. 바로 '킹콩 혹은 원숭이'를 닮은 그의 외모를 놀린 것이다. 한술 더 떠 푸이그는 자신이 입에 물고 있던 바나나를 유리베의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맏형' 유리베는 그런 바나나를 입에 물며 묵묵히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였다. 당시에도 유리베는 진지하게 정색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약, 정말 이들이 유리베의 기분이 나쁜 것을 느꼈다면 계속해서 이런 장난을 칠 수 있었을까. 이들도 유리베가 장난을 곰살궂게 받아준다는 것을 알기에 계속해서 짓궂은 장난을 치는 것이다.
/사진=다저스 공식 트위터
결국 경기가 끝난 후 또 일이 터졌다. 라미레즈와 푸이그가 유리베의 신발을 베이스에 꽁꽁 감아매는 장난을 친 것이다. 베이스에 발 똑바로 붙이고 있으라는 의미였다. 얼핏, 자신의 실수를 조롱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행동. 하지만 유리베는 이들의 장난을 묵묵하게 받아들였다. 심지어 '인증샷'까지 찍었다. 이것이 바로 '맏형' 유리베의 성격인 것이다. 유리베가 정말 장난을 장난으로 못 받아들이는 성격이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것도 팀 내 '대선배'한테….
'장난을 칠 수 있다는 것'은 서로가 친하다는 의미다. 더욱 친한 사이이기에 가능한 그런 '좋은 일'이다. 서로를 더욱 친하고 돈독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류현진과, 푸이그, 그리고 라미레즈는 누구보다 이런 '맏형' 유리베를 좋아하고 진정으로 아끼며 따르는 것이 아닐까.
유리베가 안타를 치자 푸이그, 라미레즈가 양 손을 들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다저필름' 유튜브 영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