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직업선택의 자유를 돌려줘라

머니투데이 안홍철 전 인베스트코리아 커미셔너 2013.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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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으로]직업선택의 자유를 돌려줘라


요즈음 미국 교민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한인 변호사들이 투자이민 등 이민수속을 핑계로 거금을 받은 후 이민수속 절차를 밟지 않거나 관련절차를 몰라 의뢰인에게 틀린 절차를 알려주는 등 현지거주 혹은 국내거주 한인 및 중국인 의뢰인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그들 중에는 한국으로 도주했다 범죄인 인도∙형사 공조로 체포되기도 한 사건들입니다.

3억 인구에 변호사가 120만 명이 넘어 인구 265명 당 변호사가 1명꼴이니 세계에서 변호사가 가장 많은 미국의 변호사간 경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고, 특히 한인을 고객으로 하는 이민 1세 변호사의 대부분은 수요가 가장 많은 이민법 업무에 종사하니 탈법사례가 흔한 것도 무리가 아니란 교민사회의 분석입니다.



소수 법조인이 전관예우 등 불공정 경쟁을 벌이며 기득권을 위해 진입장벽을 쌓고 고시준비가 직업인 고시낭인을 낳는 문제점 등을 사법고시 탓으로 돌린 과거정부가 미국의 로스쿨 제도를 법제화한지 6년이 지나 고시의 전면폐지가 목전에 있고, 최근엔 대기업 사원이나 6급 공무원으로 하향지원도 마다 않는 신진 법조인이 늘고 있으니 향후 대량으로 쏟아질 로스쿨 출신 법조인 가운데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인 변호사들의 추태가 우리 땅에 재현될지도 모릅니다.

엄청난 로스쿨 학업비용 탓에 가난한 사람은 법조인이 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버지니아, 버몬트, 메인, 와이오밍주 등은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호사 시험을 칠 수 있는 법률서기 프로그램을 두고 있습니다. 켄터키주 오두막집 출신으로 초등학교만 1년 다닌 링컨 대통령이 변호사가 됐던 방식이므로 ‘링컨 방식’이라고도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로펌이나 판사 아래 법률서기로 주 30시간 이상 근무하며 10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변호사협회의 위원회가 감독하는 시험을 치르는 교육을 4년간 받은 후 변호사 시험을 보도록 하니 가난해도 법조인이 될 수 있고 로스쿨 출신의 73%보단 낮지만 이들의 합격률은 43%에 이릅니다.



더욱이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으로 로스쿨 졸업을 요구하는 나라는 미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 그치고 프랑스는 국공립 대학이 무료이므로 가난한 사람도 법조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 독일, 뉴질랜드, 브라질 등 대부분 국가는 변호사 시험 응시요건으로 법과대학 학부졸업만 요구하고 시험보다 시험합격 후 2년 정도의 실무훈련에 중점을 두며 최종시험을 합격해야 법조인이 되도록 하는 점에 비추어 우리의 로스쿨은 미국식도 아닌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부자만을 위한 제도로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과잉규제로서 위헌소지가 있습니다.

게다가 선진 미국의 방식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닙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통해 환경보존 노력을 펼치는 대부분 국가와 달리 미국에선 땅 속에서 잘 썩지 않는 비닐봉투에 아무 쓰레기나 담아 버려도 되는 점, 전국민의 지지여론에서 밀리고도 선거인단이 많은 몇 개 주의 선거에서 승리하면 대통령이 되는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 태아의 인권을 인정해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면서도 탄생 후 1년이 되어야 비로소 1살의 나이를 인정하는 연령제도 등 미국식 가운데 납득하기 곤란한 것도 많습니다.

링컨 방식은 외면한 채 로스쿨 제도의 도입만으로 우리 법률환경의 선진화를 기대한 것은 문제해결의 지나친 단순화로서 변호사를 양산하는 미국식을 불완전하게 도입한 잘못된 외국제도 수입의 전형입니다. 일본은 왜 사시와 로스쿨을 병행할까요?


혈연, 학연, 지연의 틀을 못 벗어나고 있는 우리의 행태를 감안할 때 외교관 정원의 일정 배수를 선발한 뒤 졸업생을 인터뷰로 외교관으로 선발하는 외교아카데미 제도와 더불어 로스쿨 제도는 부모의 부나 직업에 의해 자녀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나쁜 제도입니다. 부모에 의해 자신의 직업이 제한되는 게 바람직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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