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로 '변태짓'男, 알고보니 중학교 동창?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13.08.14 07:30
글자크기

['변종' 성폭력 ①] 스마트폰으로 '사냥터' 옮긴 노출증 환자들

편집자주 성폭력 방식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영상통화,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 신기술의 보급과 다양한 문화의 확산으로 과거 볼 수 없었던 '변종' 성폭력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신종 성폭력 수법과 그 대비책들을 알아본다.

# 지난해 4월 A씨(23·여)는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걸려온 영상통화를 받고 기겁을 했다. 한 남성이 실시간으로 신음소리를 내며 자위행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찰에 신고한 뒤 검거된 범인은 중학교 동창 B씨(23). B씨는 경찰에서 "호기심에 한 번 해본 것"이라고 진술했다.

# C씨(33·여)에게 지난 3월 6일부터 나흘 동안은 악몽 같았다.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수차례 걸려온 영상통화 화면에서는 한 남성이 자신의 중요부위를 보여주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전화를 받지 않아도 벨소리가 끊길 때까지 상대방의 모습이 계속 보였다. 함께 있던 가족들의 오해에 억울함을 느낀 C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범인은 얼마 전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D씨(32)였다.



영상통화로 '변태짓'男, 알고보니 중학교 동창?


바바리코트 안에 아무 옷도 입지 않고 다니다 여학교 앞에서 알몸을 드러내던 '바바리맨'들이 스마트폰 속으로 활동영역을 옮기고 있다. '바바리맨'이란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중요부위 등을 드러내며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노출증 환자들이다.

전문가들은 바바리맨 활동 영역이 바뀌었을 뿐 노출을 통해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는 그들의 심리 상태는 여전하다고 말한다. 기술의 발달이 이들의 '사냥터'만 넓혀줬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스마트'하게 변한 바바리맨
노출증 환자들은 대개 노출 직전 강한 성적 흥분을 느끼고, 노출 후 자위행위 등을 통해 성적 흥분을 이어가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노출증 환자들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기술의 발달로 노출증 환자들의 행동 양상만 달라진 것일 뿐 기본적인 욕구 충족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며 활동해온 '전통적 바바리맨'과 달리 영상통화나 화상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이용한 노출증 환자는 익명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며 "그동안 신분 노출을 꺼려 욕구를 자제해왔던 노출증 환자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또 "옛날 바바리맨들의 경우 노출 대상이 불특정 다수였다면 스마트 기기가 이용되면서 대상을 특정하는 '노출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했다.


이른바 '스마트 바바리맨'의 출현이다. 스마트 바바리맨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영상통화와 화상채팅 앱이다. 대부분 스마트폰 영상통화는 전화를 받지 않아도 발신자 영상이 화면에 크게 뜬다. 서둘러 수신거부하거나 전화를 받고 곧바로 끊어버리지 않으면 바바리맨의 '행위' 영상이 45~60초 동안 떠있다.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거는 경우가 많아 수신거부를 설정하기도 곤란하다.

◇노출증 환자 노리는 '스마트 꽃뱀'
반대편에는 '스마트 꽃뱀'들도 등장했다. 스마트 꽃뱀들은 노출증 환자들의 행동을 유도한 뒤 돈을 요구한다.

스마트 꽃뱀의 작업방식은 대개 이렇다. 스마트폰 채팅 앱 등을 통해 알게 된 남성에게 "화끈한 영상통화를 하자"고 접근한 뒤
"오빠의 벗은 몸을 보고 싶다"고 꼬드기고 자위행위 등을 하도록 유도한다. 영상통화 또는 화상채팅으로 보이는 남성의 행동을 녹화한 뒤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거나 "화면이 끊겨서 보인다"며 스마트폰에 특정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개인정보를 유출시키는 앱이다. 이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 바바리맨'의 휴대전화 주소록 파일이 고스란히 꽃뱀에게 넘어간다.

이때부터 스마트 꽃뱀의 공격이 시작된다. 꽃뱀은 해당 남성에게 "노출 동영상이 지인들에게 퍼지는 걸 막으려면 돈을 보내라"며 제한시간과 계좌번호를 불러준다.

지난달 29일 새벽 스마트 꽃뱀에게 당한 뒤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온 E씨(27)는 "10분 남았다"며 경찰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던 중에도 "무슨 일이냐"며 지인들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해명하기 바빴다. 그의 자위행위를 담은 동영상은 이미 휴대전화 주소록에 저장됐던 부모님을 포함한 700여명의 지인들에게 전송된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스마트 꽃뱀들을 추적해보면 IP도 중국으로 나오고 계좌번호 역시 명의도용(대포) 통장인 경우가 많다"며 "꽃뱀과 스미싱(문자메세지에 포함된 URL을 클릭하면 악성 코드가 휴대전화에 설치돼 개인정보를 빼가는 수법)을 결합한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실명제 가입 채팅앱 단속 강화해야
바바리맨들의 스마트폰 진출을 부추기는 것은 비실명 화상채팅 앱과 '발신번호 표시제한' 기법 등 신분을 숨길 수 있는 수단의 확산이다.

현재 스마트폰을 이용한 화상채팅 앱은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를 합쳐 100개를 넘는다. 대부분은 특별한 인증절차 필요없이 가입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경찰이 단속한 이용자 60여만명의 채팅 앱의 경우 6일 간 770명이 이를 통해 2만5700여건의 음란물을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가 중학교 동창 A씨에게 음란행위 영상통화를 할 때 쓴 기법은 '발신번호 표시제한'이다. 경찰은 범죄 확산을 우려해 수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특정 앱 설치 없이도 발신번호를 숨길 수 있는 수법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아이폰의 경우 설정 조작만으로도 쉽게 발신번호 표시제한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익명성 뒤에 숨어 노출 욕구를 해소하는 사람들이 근절될 수 있도록 앱 개발사 등에 금칙어 설정 등 자체 정화를 요구할 계획"이라며 "비실명으로 운영돼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채팅 앱 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