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키운 '검색박사' 빅데이터로 게임 키운다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2013.08.08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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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NHN엔터 회장, 수익창출 기대감…게임과학연구실 설립등 적극적 경영 나서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사진= NHN엔터테인먼트 제공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사진= NHN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NHN이 지난 1일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 옛 한게임)로 분리됐다. 이들이 분리되면서 지난 2000년 4월 합병을 결심한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대한 조명도 다시 이뤄졌다. 당시 자금력과 이용자를 확보한 이들이 주식 스왑 방식으로 합병한 일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었다. 이후 NHN은 빠르게 성장하며 한국 인터넷 벤처의 역시를 새롭게 썼다.

당시 두 기업 합병 및 이후 NHN의 성장에 큰 뒷받침을 한 숨은 조력자가 있다. 바로 지난 1일 분할한 NHN엔터의 회장에 선임된 이준호 박사(사진)다.



한국 검색엔진의 선구자로 인정받고있는 이 회장은 그간 NHN의 2대주주로 CTO(최고기술책임자)를 거쳐 COO(최고운영자)를 맡아왔다. 회사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아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NHN 안에서 이 회장의 역할은 상당히 컸다.

이 회장은 1990년대 후반 엠파스를 통해 '자연검색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후발주자였던 엠파스는 야후, 알타비스타 등 쟁쟁한 선배들을 위협했다. 이후 이 회장은 서치솔루션을 창업했다. 이 회장의 기술을 눈여겨본 이 의장이 나섰고, 서치솔루션은 네이버 한게임과 함께 NHN 창립에 참여했다.



당시 한게임의 기업가치는 네이버의 4분의1에 그쳤다. 반면 서치솔루션은 네이버와 동등한 5대 5로 주식을 맞교환했다. NHN으로서 선발주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 박사의 검색 개발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NHN은 국내 최대 검색 서비스로 7년동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이 회장은 검색에 눈을 뜬 이후 코넬대학교의 검색석학 게오르그 셀튼 교수를 밑에서 비지팅 스칼라십 과정으로 검색을 공부하며 세계적 검색 전문가 반열에 올랐다. 이 박사는 전세계 검색 전문가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실력자로 통한다. 업계에서 이 회장의 NHN엔터행을 의야하게 받아들인 이유다.

게임 부문에서 수익창출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판단을 내린 이 회장은 NHN 분할 이전부터 차근차근 게임 사업에 다가갔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5월 이은상 전 아이덴티티게임즈 대표를 한게임 온라인게임본부 본부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 회장이다.


이 대표 영입 이후 한게임은 기존 웹보드와 퍼블리싱 위주에서 개발 중심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분할 이후 이 회장은 게임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NHN엔터를 더욱 상장시키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 회장이 빅데이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빅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게임의 성패와 흥행을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실제 적용하는데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NHN엔터는 출범과 동시에 게임과학연구실을 설립, 게임에 다양한 알고리즘 분석을 대입할 계획이다. 이 회장 역시 데이터분석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NHN 시절과는 달리 적극적인 경영에 나선다. 단순히 이사회 의장이 아니라 회장직을 맡은 것도 이 회장의 의지를 보여준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 게임은 지금까지 트래픽을 분석하는데 그쳤다"며 "하지만 애니팡, 모두의 마블은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과 적확한 시기의 업데이트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만큼 어난 검색엔진 알고리즘을 만든 이 회장의 기술이 NHN엔터의 게임사업 성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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