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천리길에 500리쯤 왔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3.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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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의원을 말한다]박민식 국회 정무위 간사 "내년 지방선거 출마 고민중"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는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사진= 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는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사진= 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에서)

육군 소령 아버지는 베트남전에서 전사했다. 무녀독남 아들을 잃은 충격에 할머니마저 이내 세상을 버리셨다. 홀로된 어머니와 6남매는 살길이 막막했다. 그 중 넷째인 소년은 7살이었다. 소년의 가족은 경남 거창의 본가를 떠나 외삼촌들이 살던 부산으로 터전을 옮겼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소년은 아쉬운 게 많았다. 감수성 예민한 학창시절 문학에 자꾸 눈길이 갔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그중에서도 울림이 컸다. '어떤 선택을 하자면 그만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구나' 독하게 공부했다. 성적은 조금씩 올랐다.

"스포트라이트 받는 자리는 있어본 적 없어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전학을 갔더니 부산에 학교친구들이 제가 (시골) 사투리를 쓴다고 웃기도 했어요. 늘 제 인생이 변방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부산 북강서 갑)의 회고는 뜻밖이었다. 외무고시(22회) 하나도 모자라 사법고시(35회)에 합격, 특수통 검사 출신 재선의원, 18대 총선에선 '거물' 정형근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따냈으며 19대 국회에 가장 핫(hot)한 경제민주화 법안을 틀어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장. 이런 화려한 경력이 전부는 아니었다.

'불도저 검사'라서 승승장구? 순탄한 적 드물어

외시 합격 후 외무부에서 일했지만 이내 사표를 던졌다. "미쳤다"고 온가족이 뜯어말려도 소용없었다. 보란 듯이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됐지만 만약 실패했다면 어땠을까.


"사표 쓰고 백수가 됐잖아요. 잘못하면 인생 낙오자가 될 수 있는데 그때도 '인생은 정해진 게 아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뭐 (기댈 데가) 없으니 제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나봅니다."

특정 계파보단 '소신파'가 그에게 어울리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국가정보원이 주요인사의 전화를 도청해 파장을 일으킨 국정원 도청사건(2005년) 당시 주임검사로 전직 국정원장 2명을 구속시켰다. '불도저 검사'란 별명이 붙었다.

18대 총선 공천 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란 말을 들어가며 현역의원에게 도전했다. 개혁공천 바람이 아니었다면 승산이 거의 없었다. 초선 시절엔 화학적거세법(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등을 대표발의하고 통과시켜 화제를 모았다.

경제민주화 입법 때도 그랬다. 그는 당 지도부의 '오더'에 따르기보다 함께 머리를 맞댄 여야 법안소위 위원들과 '소통'을 선택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마주앉았고, 서로 입장을 이해하니 타협이 가까워졌다. 공정거래법·가맹사업법·하도급법 개정안 등을 안고 있어 '지뢰밭'으로 불린 정무위는 19대 국회 1년간 다른 어떤 상임위보다 많은 법안을 처리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사회주의 하자는 것'이라고 덧칠해서도 안되지만 반대로 (과잉입법으로) 대기업을 죽이는 것도 맞지 않다"며 "너무 모자라서, 또 너무 지나쳐서 일탈된 부분을 정리해 균형을 맞추면 100점 만점은 아니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로 가는 길이 천리길이라면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부분이 법 테두리 안으로 상당히 포섭돼, 박하게 보더라도 500리, 반쯤 왔다"며 "현재까지 불공정행위 등 '행태'에 대한 법안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지배구조 등 '몸체' 관련 내용이 9월 정기국회의 임무"라고 말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는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사진= 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는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사진= 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무모해보이지만 일단 부딪치고 개척하는 소신과 추진력은 정치인에게 큰 장점이다. 반면 자신의 단점으론 "정치방정식이랄까 판세를 읽는 부분은 좀 더 단련돼야 할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의 꿈은 '기억되는 정치인'으로 남는 것. 지난달 출간한 책 제목도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로 붙였다.

정가의 또 다른 관심사는 내년 지방선거다. 그는 "지난 20~30년 동안 우리 부산이 계속 정체·후퇴한 면이 있고 이번엔 여야를 떠나 새로운 에너지로 부산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들이 있다"며 "저같이 부족한 사람도 (부산시장 후보로) 거명되는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 부산시장을 꿈꾸는 쟁쟁한 선배 정치인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알을 깨고 나오는' 일이라면 그의 전공 아닌가.

△부산(48) △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22회), 사법시험(35회) △외무부 국제경제국 사무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수석검사 △18·19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인권위원장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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