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탄·포스코·GS' STX에너지 인수 3파전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3.07.19 17:46
글자크기

오릭스, 경영권 지분 80%까지 재매각 원금회수…1.4조 현금쥔 삼탄이 복병

에너지기업 삼탄과 철강사 포스코, GS에너지가 STX에너지 경영권 인수전을 두고 맞붙게 됐다. 아직까지 거래 초반으로 3사의 경쟁은 신경전에 불과하지만 경쟁구도는 이들 사이의 한판 승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19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투자사인 오릭스 캐피탈은 최근 96.35% 의 지분을 확보한 STX에너지를 다시 국내 SI(전략적 투자자)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거래 실무에 착수했다. 매각 주관사는 유럽계 IB(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오릭스가 직접 거래를 주도할 계획도 있다.



당초 오릭스는 STX그룹과 이 거래에 대한 경영권 분쟁을 끝내고 최소 1년 여간 보유 지분을 유지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국내 발전소 사업을 운영할 노하우가 충분하지 않고 거래를 지체할수록 반일감정으로 인한 손실이 클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즉각적인 매각 결정을 내렸다.

오릭스의 이번 결정은 이종철 한국대표가 아닌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요시히코 회장은 철저히 상업적 마인드로 투자에 접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릭스 입장에서 일본에 적대적인 지역의 SOC(사회간접자본) 자산에 6300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투자한 것은 리스크가 크다. 때문에 가능한 한 투자분을 최소로 남겨두는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는 이르면 내달부터 매각 실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이 거래는 위탁경영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지만 딜은 진성매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STX에너지 경영권이 포함된 60~80% 지분이다. 경영권을 국내 SI에 넘기고 투입한 원금과 제비용을 회수한 이후 10~30% 소수지분만을 남겨 추가적인 차익을 얻겠다는 게 오릭스의 복안이다. STX에너지 경영권 지분 60~80%의 가치는 최소 7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는 이 범위 내에서 원매자들의 다양한 인수제안을 받아 그중 최선의 대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STX에너지는 2016년까지 1190㎿ 규모로 동해시에 건설될 북평화력발전소 사업권(51%)을 갖고 있다. 이 발전소는 150만 가구가 쓸 전기를 만드는데 해당 사업에는 2조원 가량의 추가 투자금이 필요하다. 오릭스가 국내 전략적 투자자에 STX에너지 경영권을 넘기면 북평화력발전소 건설 부담을 덜게 된다.


이번 매각에는 삼탄과 포스코, GS에너지, SK E&S, 한화그룹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거래가 100% 지분을 기준으로 1조원에 달하고 기저발전 사업을 영위해야 하기에 현금 유보액이 충분하면서 경영 노하우가 있는 에너지 기업만 인수 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SK E&S는 컨트롤 타워 부재로 조 단위 M&A 결정을 할 수 없고, 한화에너지는 현금 유보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유력 후보군에서 제외되고 있다.

3파전 구도에선 삼탄이 의외의 유력 후보다. 일반인에 익숙하지 않은 이 에너지 기업은 잉여금만 1조4000억원대의 초우량사다. 무연탄 채굴 및 판매로 커왔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등에서 탐사 개발 사업을 벌이던 중 석탄가격이 오르며 기업가치도 급등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발전 사업을 검토하는데 STX에너지의 석탄화력 발전 사업을 인수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포스코에너지를 통해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철강그룹이지만 에너지 관련 사업의 비중을 늘려 산업 침체기에 따른 사업다각화와 위험분산을 노리고 있다. 내부적으로 이미 자문사 선정 절차를 시작했고 대우인터내셔널 등 계열사를 통한 시너지도 살피고 있다.

GS는 GS에너지가 인수주체로 나서고 실무는 GS (44,550원 ▲400 +0.91%)홀딩스가 관할할 가능성이 높다. 자문사 선정 없이 자체적으로 실무를 검토하고 있는데 3강 후보 가운데 유보액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GS에너지 계열은 합작사 쉐브론과 단계적으로 결별하는 한편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있어 현금이 많지 않는데다 정유·화학업계의 업황이 좋지 않아 자금력이 그리 여유있는 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계열사들도 GS건설이 영업 손실을 내는 등 지원에 나설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GS는 최근 M&A에 관심이 많아 최근 웅진케미칼 인수도 검토 중이다.

거래 관계자는 "STX에너지 재매각에서는 재무적 투자자가 배제되고 조 단위 투자가 가능한 발전 기업이나 에너지 관련 대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며 "현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포스코와 GS가 (인수에) 적극적이지만 시너지 측면에서 삼탄이 가장 앞서고 인수전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