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코스닥기업 경영진의 과잉 급여

더벨 박제언 기자 2013.07.0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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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7월05일(08:1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돈은 노동의 대가다. 노력한 만큼 벌 수 있다. 물론 노동의 값어치를 수치화시켜 단정하긴 어렵다. 오히려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경우가 많다. 직종이나 직급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이유다. 문제는 일부 코스닥 상장사 경영진의 도를 넘어선 급여다.



급여는 기업 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매출액이 아무리 높더라도 급여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으면 순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적이 악화돼 적자로 돌아서는 기업들의 처방책 중 하나가 경영진의 임금 삭감이다. 이런 관점에 볼 때 실적이 좋지 않은데도 경영진의 임금이 인상되는 곳은 지속가능기업에서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임원 급여는 주식시장 상장의 주요 변수가 되기도 한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한 기업의 대표이사는 3년간 10여개의 계열사에서 320억 원의 연봉을 챙겼다. 계열사 중 60%는 적자기업이었고 자본잠식인 곳도 있었다. 거래소는 임원 급여로 볼 때 충분히 '오너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여러가지 상장 미승인의 이유 중 하나가 됐다. 결국 해당 기업의 상장은 무산됐다.



상장폐지 위기인 에스비엠 (0원 %)의 전 경영진 급여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올초 선임된 에스비엠의 전 대표이사 A씨는 월급으로 5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임원으로 있던 A 대표이사 동생의 월급은 4900만 원이었다. A씨는 주주총회에서 "회사에 와보니 직원 월급으로 줄 돈이 없었다"고 말해 주주들의 비난을 받았다. 거래소가 바라보는 '오너 리스크'란 바로 이런 경우다.

최근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을 받고 있는 코스닥상장사 피씨디렉트 (3,905원 ▲25 +0.64%)도 임원 급여가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14억 원의 순이익을 냈던 지난해, 등기임원 3명이 총 9억 원의 연봉을 챙겼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 보자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임원 급여로 지급한 셈이다. 게다가 전년에 비해 실적은 떨어졌지만 임원 급여는 오히려 상승했다. 현재 피씨디렉트는 임원 급여의 재조정 등에 대해 주주제안을 받은 상황이다.

주주의 입장은 명확하다. 기업의 실적과 주가만 담보된다면 임원 급여에 신경쓸 틈이 없다. 삼성전자의 등기임원 1명당 평균 연봉이 52억 원에 육박해도 주주들의 불만은 거의 없다. 지난해 순이익만 24조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비율로 따지면 순이익의 0.02%가 1인당 평균 연봉액으로 책정된 셈이다. 반면, 피씨디렉트는 순이익의 21.43%를 1인당 평균 연봉으로 지급했다. 단순 비교 대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피씨디렉트의 주주 입장에선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상장사는 개인 회사가 아니다. 상장사의 경영진은 주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를 받을 책임이 있다. 주가가 아니더라도 왜 주주들이 급여에 대해 문제 삼았는지 경영진 입장에서 생각해볼 일이다. 스스로 부끄러움 없는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피씨디렉트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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