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에 접어들어서도 전셋값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임대차시장에선 임차인의 월세 선호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어 자칫 '전세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종합계획은 공공분양을 대폭 줄이고 일부를 공공임대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공공분양 인허가 물량은 1만가구로 지난해 5만2000가구보다 80.8% 줄어든다. 반면 공공임대주택은 6만8000가구로 지난해 6만가구보다 13.3% 늘어난다. 여기에는 행복주택 1만가구도 포함된다.
문제는 공공임대의 상당수가 월세 형태라는 점이다. 임대주택 중 올해 공공이 분양하는 국민(영구)임대는 3만3000가구다. 반면 장기전세(10년 공공임대 등)로 공급하는 물량은 1만3000가구 수준에 그친다. 장기전세를 제외하면 대부분 월세 형태의 월별 주거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공공이 분양하는 임대주택 유형 중 상당수가 월세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 비수기 전셋값 변동률/KB부동산 알지리 분석
정부의 월세 공급 확대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다시 지난해 수준으로 올라왔다.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사이트 KB 부동산 알리지(R-easy)에 나타난 올 상반기(6월17일 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20%로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된 2.21%의 턱밑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전체 전셋값 상승률을 불과 반년 만에 따라잡은 셈이다.
특히 본격적인 비수기철인 6월 들어서도 좀처럼 전셋값 상승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6월 1~3주 서울의 전셋값은 5월 마지막주 대비 0.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란이 있었던 2011년 같은 기간 0.49% 상승한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0.04%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전세불안이 가중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달 들어 역대 최고가 전셋값을 경신한 매물도 등장했다. 잠실 리센츠 84㎡의 전세 매물은 6월 초 6억2000만원에 거래돼 2011년 전세대란 당시 기록했던 최고가 5억9000만원을 갱신했다. 이현복(44) SK부동산 대표는 "6월들어 84㎡의 전셋값이 6억원을 돌파하면서 6억3000만원까지 시세가 형성됐다"면서 "이번 주에는 같은 아파트를 6억7000만원에 내놓은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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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현재는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이긴 하지만 전세가 임대시장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는 임대료 착시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세물량부족과 월세물량 과잉으로 인해 임대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될 조짐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