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셈의 전자현미경(모델명: CX-200)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코셈
전자현미경 국산화를 이끈 이준희 코셈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초과학 수준 격차는 전자현미경 보급대수로 집계해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약 12만대, 우리나라는 2000대 가량 된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노벨상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일본의 탄탄한 기초과학체력을 엿볼 수 있다.
이 회사가 우리나라를 세계 5번째 전자현미경 기술보유국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라고는 당시에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선 이 회사를 최근 화두인 '기술 이전 사업화'의 몇 안 되는 성공모델로 꼽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 전자현미경 시장은 녹록치 않았다. 이미 일본의 히타치와 제올, 독일의 칼자이스, 미국의 FEI, 체코의 테스칸 등 5개사가 이 분야 터주대감으로 오랫동안 시장과점을 해온 터라 시장진입장벽이 매우 높았다.
이준희 대표/사진=코셈
코셈은 2008년 6월, 세계 5번째 전자현미경 상용화에 이름을 올리게 한 콘솔 형태의 전자현미경(모델명: CX-100) 1호기 생산에 성공했으며,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위해 차별화된 '사후유지보수서비스'라는 전략 카드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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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 전자현미경의 경우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과 서비스 비용이 워낙 비싼 데다 사후서비스 신청을 하면 수일 이상 걸려 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단점을 노렸다. 이 전략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서비스 신뢰도로 시장 정면돌파를 시도한 코셈은 한해 평균 30대 이상의 전자현미경을 판매하며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먼저 써본 업체들 사이에서 품질수준이 일본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자현미경 판매가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2분기에만 23억원을 달성, 현미경 판매량 60% 이상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매출 50억원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대표는 전자현미경은 극소수의 연구자들만 이용하는 고가 장비라는 통념을 깬 보급형 제품을 개발, 새 시장을 개척했다. 지난해 내놓은 'EM-30'은 고급 현미경의 기능을 대부분 구현할 수 있는 '저가·교육용 모델'이란 새로운 접근방식을 택했다. 이렇듯 코셈은 다른 경쟁사들이 고가 장비 쪽에 치중할 때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대체 장비로 수요를 만들어갔다.
코셈은 오는 8월쯤 선보일 후속제품(EM-30AS)을 통해 이제껏 해왔던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에서 퍼스트 무브(First Move)로 도약한다. 이번 제품은 주사전자현미경과 X레이 기반의 성분 분석 장치인 EDS를 결합한 제품이다.
이 대표는 "EDS와 현미경을 개별로 구매하는 것보다 20% 정도 저렴한 제품일 것"이라며 "국내기술시장에선 없던 제품을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대로 생산해 해외시장을 지속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