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韓 전자현미경…"이젠 퍼스트 무브로"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3.06.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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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테크]코셈, 교육·보급형에서 융합형에 이르기까지 전자현미경 시장 주도

편집자주 차별화는 성공방정식으로 통한다.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발상 전환이 요구된다. '이 제품은 어떤 기술이 조합된걸까'. '저 서비스가 나온 사회·경제·문화 배경은 뭘까' 누구나 한번쯤 궁금증을 품어볼만한 제품 곳곳의 숨은 과학원리들을 함께 들여다보자

코셈의 전자현미경(모델명: CX-200)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코셈 코셈의 전자현미경(모델명: CX-200)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코셈


"각국 통화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는 빅맥 지수(Big Mac Index)처럼 기초과학연구 수준을 측정하는 '전자현미경 지수'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전자현미경 국산화를 이끈 이준희 코셈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초과학 수준 격차는 전자현미경 보급대수로 집계해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약 12만대, 우리나라는 2000대 가량 된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노벨상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일본의 탄탄한 기초과학체력을 엿볼 수 있다.



코셈은 지난 2007년 주사전자현미경 원천기술을 가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조양구 박사팀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고,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 같은 해 대덕이노폴리스파트너스와 산업은행의 공동출자로 설립됐다.

이 회사가 우리나라를 세계 5번째 전자현미경 기술보유국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라고는 당시에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선 이 회사를 최근 화두인 '기술 이전 사업화'의 몇 안 되는 성공모델로 꼽고 있다.



현재 국내 전자현미경 시장 규모는 대략 8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해외시장에 비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이 말은 결국 싫든 좋든 해외시장서 승부를 봐야한다는 것.

하지만 전세계 전자현미경 시장은 녹록치 않았다. 이미 일본의 히타치와 제올, 독일의 칼자이스, 미국의 FEI, 체코의 테스칸 등 5개사가 이 분야 터주대감으로 오랫동안 시장과점을 해온 터라 시장진입장벽이 매우 높았다.
이준희 대표/사진=코셈 이준희 대표/사진=코셈
이 대표는 그때를 떠올리며 "성능 측면에서 외산과 별 차이가 없고 가격도 2분의 1가격인데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없어 시장진입에 적잖이 어려움이 따랐다"고 말했다.

코셈은 2008년 6월, 세계 5번째 전자현미경 상용화에 이름을 올리게 한 콘솔 형태의 전자현미경(모델명: CX-100) 1호기 생산에 성공했으며,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위해 차별화된 '사후유지보수서비스'라는 전략 카드를 꺼내들었다.


외산 전자현미경의 경우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과 서비스 비용이 워낙 비싼 데다 사후서비스 신청을 하면 수일 이상 걸려 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단점을 노렸다. 이 전략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서비스 신뢰도로 시장 정면돌파를 시도한 코셈은 한해 평균 30대 이상의 전자현미경을 판매하며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먼저 써본 업체들 사이에서 품질수준이 일본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자현미경 판매가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2분기에만 23억원을 달성, 현미경 판매량 60% 이상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매출 50억원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대표는 전자현미경은 극소수의 연구자들만 이용하는 고가 장비라는 통념을 깬 보급형 제품을 개발, 새 시장을 개척했다. 지난해 내놓은 'EM-30'은 고급 현미경의 기능을 대부분 구현할 수 있는 '저가·교육용 모델'이란 새로운 접근방식을 택했다. 이렇듯 코셈은 다른 경쟁사들이 고가 장비 쪽에 치중할 때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대체 장비로 수요를 만들어갔다.

코셈은 오는 8월쯤 선보일 후속제품(EM-30AS)을 통해 이제껏 해왔던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에서 퍼스트 무브(First Move)로 도약한다. 이번 제품은 주사전자현미경과 X레이 기반의 성분 분석 장치인 EDS를 결합한 제품이다.



이 대표는 "EDS와 현미경을 개별로 구매하는 것보다 20% 정도 저렴한 제품일 것"이라며 "국내기술시장에선 없던 제품을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대로 생산해 해외시장을 지속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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