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인데 치과 치료 받아도 될까요?

머니투데이 김인수 치의학박사 2013.06.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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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교육 에세이] 치의학박사 김인수가 보는 치아세상

/삽화=김효정 치위생사(임플란티아 치과 삼성점)/삽화=김효정 치위생사(임플란티아 치과 삼성점)


요즘도 주변에서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는 "임신 중인데 치과 치료 받을 수 있느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받을 수 있다"이지만 임신 기간에 따라 주의를 요한다.

임신 초기인 3개월까지는 치과 치료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조기 유산을 주의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가능한 치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기로 접어들어 4~6개월 정도인 안정기에는 발치나 임플란트 등 치료 뒤 소염제·항생제 등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소 마취 하에 진행되는 대부분의 치과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임신 전에 미처 못 받은 치과 치료가 있다면 말기로 가기 전, 이 시기에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임신 말기가 되는 7개월에서 출산까지는 치과 치료시 진료 체어에 누워 머리가 젖혀져야 하는 자세로 인한 혈압 저하라든가 스트레스로 인한 조산 등의 우려로 출산 뒤로 미루도록 권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임신 혹은 출산과 관련하여 치아 관리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많다.

옛날 할머님들은 '임산부는 태아에게 영양을 빼앗겨 임신 중엔 치아가 으레 약해진다'고 여기기도 했다. 이에 출산 뒤 한동안 목욕이나 양치조차도 금지시킨 결과, 임신과 출산 뒤에 치아는 물론 잇몸까지 특히나 상하게 되어 결국 치아를 잃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여성들이 임신 중의 호르몬 변화로 인해 잇몸에 염증이 쉽게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치주질환이 생기는 직접적인 원인은 '임신' 그 자체가 아니라 양치질을 소홀히 하게 되어 생기는 치태나 플라그 등 치석 때문이다.


임신을 하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쉽게 피로를 느끼면서 잇솔질을 게을리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입덧(구토) 등으로 인한 위산의 역류로 치아를 부식시키기도 한다. 또한 임신 중 입맛 등의 변화로 단 음식 또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돼 구강 내의 상태가 충치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 그러다 보니 임신 기간 중에 치아나 잇몸 관리를 소홀히 하게 돼 출산 뒤에는 엄청나게 빠른 치아 손실로 고생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계획된 임신이라면 반드시 임신 전에 충치 치료든 잇몸 치료든 마무리 짓는 게 좋다.원래 잇몸이 안 좋거나 충치가 있던 사람은 임신 중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임신 전 기간에 걸쳐 구강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는 만큼 더욱 관리에 신경 써야 함은 물론이지만 어쩔 수 없이 임신 중에 충치나 잇몸 질환으로 인해 치과 치료를 받게 되더라도 가능하면 임신 중기에 받도록 하자.

또한 치과에서 쓰는 국소마취제나 납 방지복을 착용한 뒤 찍는 X-ray 등은 안정성이 검증되어 있어 안심해도 좋으나 가능하면 후에 염려할 일은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엄마의 치아 건강과 정신 건강이 아가의 건강을 뒷받침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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