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민상권에서 중상가 샌드위치 전문점의 생존 가능성은?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 2013.06.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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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외식창업자나 외식 경영자들은 의외로 고객이 진짜 원하는 니즈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생각하는 주관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실패를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 외식콘셉트 기획자 겸 컨설던트가 냉철한 손님의 시각에서 본 음식점 분석기로 고객이 어떤 음식점을 선호하는지 혹은 회피하는지를 다이어리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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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산 출장 갔다가 시간이 남아 남포동에서 부산역까지 뚜벅뚜벅 밤길을 홀로 걸었다. 우연히 지나다가 들른 부산 중구의 작은 샌드위치집. 밤 9시가 넘었지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집에 들어간 이유는 ‘살라미 샌드위치’란 메뉴가 급 당겼기 때문이다. 나는 살라미햄의 그 짭조름한 맛과 특유의 향을 좋아한다. 살라미는 짭짤하니 맥주안주로도 그만이다.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나서 주인 여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하필 샌드위치 집을 하시나요?”
업주는 자기가 샌드위치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즉답했다. 전에 부산역 내에서 유명 샌드위치 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조건이 잘 안 맞아 여기서 자기 브랜드로 다시 오픈했다는 것이다.



짐작하건데 가게는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주인여자가 샌드위치를 만드는 도중 잠시 밖으로 나갔더니 여주인의 남편이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뭔가 고민스러운 얼굴 같았다.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주문한 샌드위치를 먹었다. 머스터드소스의 맛이 먹을 만하다. 살라미 샌드위치 5900원. 빵도 주문용으로 공급받는지 식감과 질감이 양호하다. 그러나 별도로 음료수를 주문하면 단가가 높아질 것이다. 가벼운 간식용으로는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음료수를 곁들이면 약 8000~9000원 정도.

이 덩치 큰 중년 남자에게 샌드위치는 식사의 개념보다는 간식의 개념에 가깝다. 이런 샌드위치류를 어느 정도 선호하는 중년의 내 미각에서도 말이다. 더 많은 비중의 한국 중년남자들은 절대적으로 탕반과 찌개를 선호한다.


심지어는 여성인 아내도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는 것을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가격 이야기는 민감해서 생략했고 업주에게 이런 전형적인 서민형 상권에서 샌드위치 집이 그다지 쉬운 아이템은 아닐 거라는 썰렁한 잔소리를 해줬다.

또 한국은 샌드위치의 주요 식재료인 햄과 소시지 가격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참고로 부대찌개는 외식창업에서 비교적 좋은 아이템이지만 주요 식재료인 수입 소시지와 햄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에 조식(朝食) 시장은 없다
인근에 있는 일본계 비즈니스호텔 토요코인이 워낙 아침 조식이 형편없으니 그것을 타깃으로 판매촉진해보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일본에 갈 때마다 일본의 호텔 조식은 꼭 챙겨먹는다. 푸짐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깔끔하고 꼭 먹을 만한 메뉴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저렴한 비즈니스호텔도 조식의 레벨은 늘 괜찮은 편이다.

호텔 조식을 먹는 것도 일본 여행에서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한국 토요코인의 조식 서비스는 정말이지 너무 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아예 생략하거나 밖에서 사먹는다.

토요코인은 일반 모텔보다 현저하게 청결하지만 조악한 조식(朝食) 수준이 토요코인 주 고객인 일본 관광객에게 한국 식문화 수준의 한 단면으로 비춰질지 걱정스럽다.

그런데 진짜 냉엄한 사실은 한국 외식시장에서 조식시장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아침식사에 대한 지출이 거의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식에서 토스토가 어느 정도 판매되는 것은 전적으로 가격적 요인이다. 그러나 대체로 샌드위치는 조식으로 가볍게 먹기에는 편안한 가격이 아니다.

한국 소비자 샌드위치 선호도 높지 않아
또한 샌드위치 업주에게 한국 소비자들이 샌드위치 선호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도 부언했다. 같은 동북아시아권이라도 일본인이나 중국인은 면식(국수)를 포함하여 한국인보다 밀가루 소비가 훨씬 높다.

한국에서 미국의 개념 있고 유명한 프랜차이즈 샌드위치점이 그다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패스트푸드 햄버거보다 제공하는 오퍼레이션 시간이 긴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성격 급한 한국 소비자는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렇게 빨리 제공하는 햄버거 아이템도 현재 한국에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뭔가 멀리서 찾아올 만한 먹을거리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상권에서 별 특색 없이 오픈한 샌드위치 전문점이 얼마나 활성화할 지는 불문가지다.

늘 이야기하지만 창업은 창업자의 생존권이 달린 엄숙한 문제다. 단지 자기가 좋아해 취미생활에 임하는 자세로 창업을 해서는 이 험난한 시장에서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 생긴다. 창업에서 정말 위험한 것은 창업자 개인 성향의 주관주의적 관점이다.

잘 아는 중년 창업자가 있는데 지속적으로 창업에 대한 준비를 나름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그 분이 준비하고 있는 창업 아이템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품목이었다. 대중적이지 못해서 고객이 자주 찾는 메뉴가 아닌데다가 식재료 자체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사무실로 중년 여성이 찾아와 상담했다. 99.17㎡(30평) 미만의 럭셔리 스테이크 전문점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나는 냉정한 반대로 일관했다. 그 중년 여성은 100% 의사결정이 확고했다. 그러나 나는 그 아이템과 그 사람의 준비 정도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고 봤다.

진짜 소스를 잘 만들고 스테이크를 정말 저렴하게 제공했던 요리 전문가도 결국 실패한 아이템이 스테이크였다. 회전율과 고객의 상시성에 분명 문제가 있는 아이템이다. 또 서울 대치동에서 정말로 음식점을 열심히 했던 지인이 도전했던 스테이크 전문점도 결국은 5년 만에 문을 닫아야만 했다.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 갓 오픈한 창업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격이니 미안할 따름이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는 모두 팩트였다. 또한 그 샌드위치 집 부부가 각성하라는 의미에서 던진 잔소리였다. 10분간의 잔소리.

나 또한 9년 전 외식전문지 창간을 준비할 때 우연히 조우한 외식 관련 전문가에게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 외식전문지를 운영하려면 월 수천만 원씩 몇 년간 적자 볼 각오와 자금이 준비됐느냐고 했다.

나는 당시 그 이야기를 한귀로 흘렸다. 그 결과 7년 이상 고난의 세월이었다. 좀 더 심층적이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했었다. 그런데 나도 단지 이 일이 좋아서 아마추어적으로 출발했다.

때문에 그 후의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고 거의 문을 닫을 심각한 위기도 찾아왔었다. 외식 전문 잡지는 외식 창업보다 10배 이상은 힘든 작업이다. 물론 지금은 그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
부산 서민상권에서 중상가 샌드위치 전문점의 생존 가능성은?
‘심야식당’의 달걀 샌드위치와 스토리텔링
기차를 타고 오면서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달걀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달걀 샌드위치는 원재료가 저렴하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다. 초란 등 좋은 달걀을 사옹해도 원재료비의 비중이 높지 않다. 직접 만든 마요네즈를 사용하면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요소도 된다.

‘심야식당’같은 스토리텔링을 입히면서 정성껏 만든 달걀 샌드위치라면 ‘추억’의 키워드로 손님과 불특정 잠재고객에게 정감 있게 소구할 수 있다. 이런 불경기에 소비자에게 편안한 가격으로 다가설 수 있는 좋은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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