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FTA 협상 개시 선언..뒷편에선 EU와 佛 신경전

머니투데이 황재하 인턴기자 2013.06.1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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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소 "프랑스는 반동" 발언에
올랑드 "믿고 싶지 않은 발언"

호세 마누엘 바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YouTube 동영상 캡처호세 마누엘 바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YouTube 동영상 캡처


미국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FTA 협상을 둘러싸고 프랑스와 EU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아일랜드에서 이틀간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17일(현지시간)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 등과 만나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미국과 EU간 FTA 협상은 18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며 양측은 내년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프랑스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등 강력한 문화산업으로부터 유럽의 고유문화가 침범당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FTA 협상에서 문화 이슈를 제외하지 않을 경우 미- EU FTA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다행히 영화, TV 프로그램, 음악 등 문화 분야를 FTA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프랑스의 요구가 수용되면서 양측은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럽 진영에선 EU와 프랑스가 협상 개시 선언 직전까지 신경전을 펼쳤다. 바로소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발행된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행동이 "비(非)국제적 어젠다이며 완전히 반동(reactionary)"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가 시청각(audiovisual) 서비스와 같은 문화 이슈 제외를 끝까지 요구한데 따른 반응이다.


지난 5일 파이낸셜타임즈(FT)의 보도에 따르면 니콜 브릭 프랑스 무역장관은 EU 집행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시청각 서비스 부문을 제외하지 않으면 협상개시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월 미국과 EU는 회담을 통해 2년 안으로 FTA 협상을 타결할 것을 목표로 6월 말 이전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지만, 프랑스가 '문화적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

프랑스의 강경한 입장에 미국과 FTA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자 바로소 집행위원장이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쓴 소리를 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바로소 집행위원장은 이날 "몇몇은 이들(프랑스)이 좌익 성향이라고 말할지 모르나, 사실 그들은 문화적으로 극단적 반동"이라고 말했다.

이에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G8 정상회의 개최지인 로크에른에 도착해 "EU 집행위원장이 프랑스와 예술가들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다"고 심경을 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또 '문화적 예외'가 어떤 협상에서도 존중됐다며 "미국과 협상을 한다고 해서 예외가 적용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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