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기술 상품화? 공동과제로 풀었죠"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3.06.1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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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테크]제이피이, 초정밀 롤 미세가공 성형기술 국산화

편집자주 차별화는 성공방정식으로 통한다.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발상 전환이 요구된다. '이 제품은 어떤 기술이 조합된걸까'. '저 서비스가 나온 사회·경제·문화 배경은 뭘까' 누구나 한번쯤 궁금증을 품어볼만한 제품 곳곳의 숨은 과학원리들을 함께 들여다보자

제이피이는 초정밀 롤 미세가공 성형기술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LCD 백라이트용 광학필름 등을 생산하고 있다/사진=제이피이 제이피이는 초정밀 롤 미세가공 성형기술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LCD 백라이트용 광학필름 등을 생산하고 있다/사진=제이피이


"기술만으로는 승부를 걸 수 없다."

광학필름 및 필름성형용 롤 금형을 사업화한 연구소기업 김의중 제이피이 대표의 말이다. 기술이 중점인 회사의 대표가 할만한 얘기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김 대표는 "연구소기업들이 이전 받은 기술은 시장에 바로 내놓기엔 설익은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상품화하는 후속공정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특히 제조업 부문은 투자개발이 타 산업에 비해 길다는 특수성이 커 우리처럼 작은 규모의 연구소기업은 공동협력과제로 풀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제이피이는 지난 2007년 9월 설립됐다. 자본금 2억원으로 시작, 연말엔 1억원을 증자해 LCD BLU(Back Light Unit)용 대면적 광학필름사업을 시작한 것이 초기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실제 폴더형 휴대폰에 접히는 이음새를 생산하는 특수 기술도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사라졌다. 휴대폰 키보드 기술도 터치키판앞에서 유명무실해졌다.

김 대표는 연구소기업으로 재창업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최두선 박사팀과의 인연으로 '초정밀 롤 미세가공 성형기술' 관련 특허 3건을 출자 받아 지난 2008년 10월 연구소기업 설립인가를 받으면서 목표를 재설계했다.



제이피이가 이전받은 기술은 빛의 방향을 조절하고 모으는 등 광학적인 기능을 하는 수십 마이크로미터 급의 미세한 형상을 롤 금형의 표면(1㎡ 이상 면적)에 결함 없이 가공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런 롤 금형을 사용해 광학적인 기능을 가지는 필름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넘겨받았다. 이 기술은 주로 LCD TV와 같은 평판디스플레이에 응용된다.

수입 의존적인 금형 기술을 국산화해 기술자립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김 대표는 "대부분 업체들이 금형 장비를 수입품으로 쓰고 있었다"며 "기술이전을 통해 맞춤형 국산화 공정과 제품을 만든다면 나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품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쳤다. 기술적 노하우와 장기간의 투자가 절실했다. 대부분 연구소기업이 이 시점에서 존폐위기를 맞게 된다. 제이피이의 경우 상품개발과 양산 공급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기술개발 비용의 3~4배를 훌쩍 넘었다.


기술개발 후 수익을 내는 과정에는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따랐다. 이에 김 대표는 상품화를 대덕특구진흥재단의 기술사업화 과제와 연구소기업 전략육성 사업 등을 연계해 풀었다. 김 대표는 "3년간의 공동연구로 새로운 금형 패턴을 경쟁사보다 짧은 시간 안에 가공할 수 있는 대응력을 갖춰 고객들로부터 큰 만족도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피이의 현 주력 품목은 △광학필름 성형롤 △LCD 백라이트용 광학필름 △마스터 필름 △패턴 도광판 압출성형용 롤 △가전 노트북 외장필름에 쓰이는 데코레이션 필름 등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매출액은 80억원 수준. 연구소기업들의 매출 성적표로 놓고 보면 중간 레벨에 속한다. 제이피이는 앞으로 광학산업(BLS, 가공기, 렌즈, 금형), 메카트로닉스(정밀부품, 기능부품), 나노소재(나노소재, 복합소재) 등 초정밀 가공, 성형, 메카트로닉스, 나노기술 등에 기반한 다양한 사업들을 응용해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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