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가 '일등'되는 투자전략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05.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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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6>'역발상'(contrarian)투자로 꼴찌-일등 반전 노린다

편집자주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그림=강기영 디자이너


"이번 해 다우종목 중 최악의 성과를 기록한 주식이 그 다음해 최고의 성과를 낸다."

미국 다우종목의 수익률을 193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사한 『Winning with the Dow’s Losers』의 저자 찰스 칼슨(Charles Carlson)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한 해 다우종목 수익률 꼴찌가 다음해엔 수익률 일등이 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1999년 다우종목중 담배업체인 필립모리스는 주가가 54% 추락하며 그해 최악의 종목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그 다음해인 2000년 필립모리스의 주가는 105%나 올라 그해 최고 성적을 냈다. 게다가 필립모리스의 2000년 성적은 2등주인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보다 거의 2배나 높았으며 다우지수는 그해 오히려 5%가량 하락했다.



이러한 꼴찌-일등(worst-to-first) 반전 현상은 2000년-2001년에도 발견된다. 2000년 최악의 성적을 거둔 다우종목은 전화통신업체 AT&T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로 각각 65%, 63%씩 주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음해 다우종목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냈고, AT&T는 세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2001년-2002년엔 보잉이, 2002년-2003년엔 주택자재판매업체 홈디포와 컴퓨터 마이크로프로세서업체인 인텔이 꼴찌-일등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이러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한 칼슨은 이를 잘만 활용하면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를 'worst-to-first(꼴찌-일등)' 전략이라 불렀다. 만약 칼슨의 주장처럼 worst-to-first 전략이 성공한다면, 이는 주식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가설(EMH)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미래의 주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재무학에선 꼴찌-일등 반전 현상을 ‘역발상’(contrarian) 투자로 설명한다. 행동재무학의 시조인 시카고 대학의 리차드 테일러(Richard Thaler) 교수는 역발상 투자를 일반 대중들이 선호하는 종목이 아닌 왕따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역발상 투자의 핵심은 주식투자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선 해당 주식을 매우 싸게 매입해야 하는데,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왕따 주식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대니얼 카네만(Daniel Kahneman) 교수는 2002년 경제학자가 아니면서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1967년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행동재무학의 많은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테일러 교수도 카네만 교수의 제자였다.) 이 논문에서 카네만은 역발상 투자의 심리학적 근거로 사람들의 과잉반응(overreaction)을 들었다. 과잉반응이란 투자자들이 미래를 예측하거나 어떤 판단을 내릴 때 가장 최근에 일어난 현상에 특별히 큰 영향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칼슨이 발견한 꼴찌-일등 반전 현상도 다름아닌 투자자들의 과잉반응 때문인데, 투자자들이 최근에 일어난 나쁜 뉴스에 과잉반응하게 되면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게 된다. 결국 꼴찌 수익률을 거둔 종목일수록 투자자들의 과잉반응이 매우 심했던 종목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자들이 자신이 비이성적으로 과잉반응했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주가는 적정가격을 찾아가게 되고 결국 꼴찌가 일등으로 반전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역발상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이 과잉반응을 할때 나는 그런 사람들에 휩싸이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역이용해야 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세상에선 꼴찌가 일등되기 어렵지만, 칼슨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선 꼴찌-일등 반전이 80년 넘게 거의 해매다 일어나고 있다.

한편, 놀랍게도 신약 성경(마태복음 20;16)에서도 꼴찌-일등 반전을 얘기하고 있다.

"나중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the last will be first, and the first will be l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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