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퐁퐁퐁' 그 회사, 알고보니 '개판'?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2013.05.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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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엔스토리]<2>김건 씨드나인 대표 "퐁퐁퐁 안됐으면 인생 끝날을지도···"

편집자주 게임보다 재밌다. 게임보다 흥미진진하다. '대박'친 자랑부터 '쪽박'찬 에피소드까지. 달달한 사랑이야기부터 날카로운 정책비판까지. 소설보다 방대한 게임의 세계관, 영화보다 화려한 게임의 그래픽, 첨단과학을 선도해가는 게임의 인공지능. '게임 엔지니어 스토리'는 이 모든 것을 탄생시킨 그들의 '뒷담화'를 알려드립니다.

'다함께 퐁퐁퐁'을 개발한 씨드나인 김건 대표/사진제공=CJ E&M 넷마블'다함께 퐁퐁퐁'을 개발한 씨드나인 김건 대표/사진제공=CJ E&M 넷마블


IT관련 회사, 특히 게임 개발사는 특이하다. 회사 내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다니는 직원이 있는가하면 콘솔 게임기 설치는 물론 뜬금없이 자동차가 회사 내 회의실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씨드나인에 들어갔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탁구대였다. 게임개발사 내 탁구대쯤이야.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흥! 하며 지나쳐갔는데 웬 게임개발사 내에 개밥과 간식이 있다. 회사 내 보육원도 아니고 왜 강아지일까.



"'우럭'이라는 4살짜리 요크셔테리어가 자주 와요. 우럭 뿐 아니라 '초코', '주스' 등 직원 강아지가 늘 회사를 돌아다니죠. 용변도 화장실에 가서 알아서 보고 항상 누군가의 다리 위에 강아지가 앉아 있죠. '우럭'한테 잘 보이려고 각 팀마다 간식을 늘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개판'인 이 회사. 씨드나인은 강아지가 아닌 '고양이'덕에 대박 난 회사다. 씨드나인은 지난 2월 '마계촌 온라인'을 개발기간 6년 만에 공개하고 동시에 모바일 게임 '다함께 퐁퐁퐁'을 출시했다.



다함께 퐁퐁퐁은 시드나인에 있어 단비 같은 게임이다. 한때 게임업계 최연소 CEO로 유명세를 탔던 김건 씨드나인 대표는 농담 삼아 "퐁퐁퐁 안 됐으면 인생 끝났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다함께 퐁퐁퐁은 출시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글플레이 최고매출앱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게임 자체가 미니 게임으로 구성돼있어 끊임없이 새로운 게임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롱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게임이기도 하다. 6년의 투자 시간, 씨드나인이 CJ E&M (98,900원 ▲2,200 +2.3%) 넷마블에 인수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던 '마계촌 온라인'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다함께 퐁퐁퐁은 씨드나인과 넷마블의 체면을 동시에 살려줬다.

다함께 퐁퐁퐁의 주인공은 고양이다. 원래 앵무새를 주인공으로 만들었지만 충분히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지 않아 고양이로 급선회했다. 때마침 씨드나인과 작업을 자주 해왔던 성우 서유리씨의 개인기도 고양이 소리 내기였다. 각종 고양이 소리를 내는데 능력이 출중해 게임 내 캐릭터 목소리 녹음도 1시간만에 해치웠을 정도다.


고양이가 주인공이 된 데는 김 대표의 남다른 고양이 사랑도 한 몫 했다. 김 대표는 터키쉬앙고라 '미루쿠'와 유기고양이 '쿠루미'를 키우고 있다. 쿠루미는 지난 2005년 전기 배전반에 들어갔다가 배전반 문에 발이 끼어 발이 잘린 작은 고양이다. 김 대표가 우연히 발견하고는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다함께 퐁퐁퐁'을 개발한 씨드나인 김건 대표/사진제공=CJ E&M 넷마블'다함께 퐁퐁퐁'을 개발한 씨드나인 김건 대표/사진제공=CJ E&M 넷마블
다함께 퐁퐁퐁 캐릭터 이름도 김 대표의 고양이 이름에서 비롯됐다. 다함께 퐁퐁퐁 주인공 고양이 10종 중 '밀크'는 '미루쿠', '호두'는 '쿠루미' 모두 일본어를 한국어로 바꾼 이름이다.

강아지가 활보하고 고양이가 먹여 살리는 이 회사. 당연히 직원 모두 동물과 친숙하다. 넷마블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인 '다함께 퐁퐁퐁 유기고양이 치료 캠페인'도 고양이를 키우는 씨드나인의 한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김 대표는 "한 직원의 여자 친구가 '다함께 차차차' 휠체어 캠페인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며 "자주 들어가는 고양이 동호회가 있는 데 캠페인 진행 후 다함께 퐁퐁퐁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유기고양이 치료 캠페인은 다함께 퐁퐁퐁'에서 친구에게 발도장을 보내면 발도장 10개당 1원을 적립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누적된 금액은 길고양이 위탁모 '고양시 캣맘'에 전달해 유기고양이 치료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캣맘에서는 길거리에 있는 고양이 개체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다보니 중성화 수술을 하고 병을 치료해 준 후 치료를 받은 고양이는 귀에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해서 다시 방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기고양이 입양만 생각하고 있다가 이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길 가다가 귀에 표시가 있는 고양이가 있다면 치료를 받은 고양이이니 반려 고양이로 데려다가 키우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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