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내 오디오엔인터랙티브 미디어랩(AIM, Audio & Interactive Media Lab)은 국악 대중화를 위해 거문고 소리를 컴퓨터로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국악기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기존 서양악기에 비해 가상악기 개발이 부진한 편이다. 때문에 국악 보급과 대중화에 신선한 대안을 제대로 살리고 있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운승 카이스트 교수[사진제공=카이스트]
태평소 소리를 집어넣어 이목을 끈 바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같은 음악이 앞으로 나오기 위해선 국악 가상악기 소프트웨어(SW) 제작·보급이 필요하다. 물론 그동안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 국악 가상악기 SW는 이미 녹음된 소리를 재생하는 PCM(pulse code modulation) 방식이라서 특유의 국악기 소리를 자유롭게 연출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다시 말해 같은 악기라도 실력파 연주자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듯, 가상악기도 미묘한 연주 차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PCM 방식은 연주자의 미세한 표현의 차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누가 연주해도 동일한 결과를 들려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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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야금과 거문고가 서양 현악기와 구분되는 점은 다소 굵고 격렬한 떨림음인 농현(弄絃, 왼손으로 줄을 짚고 흔들어서 여러 가지 꾸밈음을 내는 기법)에 있다. 표현이 일정치 않고, 그 변화의 폭이 매우 동적인 표현기법이다. 따라서 녹음된 악기 소리를 그대로 쓰는 기존 PCM 방식의 가상악기는 다양한 소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분명했던 것.
▲거문고 가상악기 제작을 위한 떨림음 분석 자료. 시간(x축)에 따라 주파수(y축)가 크게 변화하는 음 높이의 떨림 현상이 눈에 확연히 보인다[사진제공=오디오엔인터랙티브 미디어랩]
물리적 모델링은 녹음된 소리를 재생하는 형태가 아니라 악기의 물리적 구조 및 조건을 수학적인 모델로 계산한 후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법을 뜻한다.
서양악기는 관련 연구가 오랜 기간 심도 있게 진행돼 대부분 악기들의 물리적 모델링이 완성된 상태다. 반면, 국악기의 경우 해당 분야 연구가 한걸음도 떼지 못한 실정이다.
▲컴퓨터에서의 음원 합성을 위한 악기 모델의 블록 다이어그램(block diagram)[사진제공=오디오엔인터랙티브 미디어랩]
그래서 농현 등 국악기의 다양한 연주기법에 의한 소리의 차이 및 변화를 실제와 유사하게 묘사할 수 있는 물리적 모델링 기법 연구·개발이 더욱 필요했던 것이다.
미세한 차이와 떨림을 표현할 수 있는 가상악기 시스템에 거는 AIM의 기대는 오직 한 가지다. 여교수는 "우리 시스템을 활용해 만든 국악기 앱이 앱스토어 최고 다운로드 앱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