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와 이건희…'무서운'(scary) 공통점은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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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로드]<2>USC교수의 '톱다운' 경계론, "혁신은 '바텀업'에서 나온다"

편집자주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림=김현정 디자이너/그림=김현정 디자이너


-스티브 잡스, 이건희 공통적으로 '톱다운' 방식으로 애플, 삼성 성공 이끌어
-USC 텔리스 교수, 톱다운 방식으론 장기적인 성공 어려워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 없이도 애플, 삼성 똑같을까?


# “애플이 무서운(scary) 점은 그간의 성공이 바로 스티브 잡스의 (창조적) 직관에서 비롯됐다는 데 있다. 그가 단순함(simplicity)과 사용의 용이함(ease of use)이란 관점으로 만든 제품마다 대박을 쳤다.....그러나 애플은 다분히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바로 이점이 소름끼치게 염려스런 부분이다."



미국 USC 대학의 제라드 텔리스(Gerard Tellis) 교수는 2012년말『중단없는 혁신(Unrelenting Innovation)』이란 책을 통해 애플이 지속적인 혁신을 이룩하지 못하고 경쟁기업에 뒤처지게 되는 이유로 톱다운 경영방식을 꼽았다.

텔리스 교수는 톱다운 방식을 가진 혁신기업이 위험에 처하는 이유가 바로 한 사람이 계속해서 홈런(=혁신)을 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애플처럼 기업의 혁신이나 성공이 거의 전적으로 스티브 잡스에 의존한 경우는 그 한 사람의 존재 유무에 따라 기업의 성쇠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에서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이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일련의 실수들(예: 애플 지도 실패)과 신규 제품 출시가 전무한 점들이 이들의 우려를 뒷바침한다.

# “지난 10년의 개혁 작업은 '톱다운'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적잖은 갈등과 혼선을 낳고, 어려움도 겪었다......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강력하고도 탁월한 리더십과 경영에 대한 끝없는 집념과 열정, 그리고 합리성에 기반한 구조본의 조정 능력, 두터운 전문 경영인층의 형성으로 이 모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김성홍·우인호 경제기자는 2003년 『이건희 개혁 10년-삼성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이란 책에서 삼성이 108억 달러의 브랜드가치를 달성하고 10년만에 수익이 66배나 증가하고, 메모리반도체·평면TV 등 18개 제품이 세계 1등에 오르는 등 삼성이 초고속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이건희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혁신은 지금의 애플과 삼성을 만든 성공의 열쇠였고, 그 혁신의 중심에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가 있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리고 텔리스 교수의 톱다운 경계론이 비단 애플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텔리스 교수의 얘기에서 애플을 삼성으로, 스티브 잡스를 이건희로 바꿔보면 이렇게 읽힐 것이다.

"삼성이 무서운(scary) 점은 그간의 성공이 바로 이건희의 (창조적)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데 있다.....그러나 삼성은 다분히 '톱다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바로 이점이 소름끼치게 염려스런 부분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에 대해 걱정했던 것처럼, '이건희가 없는 삼성이 혁신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까?' '삼성은 혁신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을까?(Did Lee create Samsung built to last?)' 라는 우려를 삼성에 하게 된다.

# "제 후계자는 모든 사안을 제가 지금까지 해 온 방식과 똑같이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훌륭한) 버크셔 헤서웨이의 기업문화를 보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수년에 걸쳐 강한 기업문화를 이룩해 왔으며, 외부의 그 누구도 버크셔의 이런 기업문화를 바꿀 수 없을 것입니다......버크셔는 제가 없어도 똑같을 겁니다."

세계 최고의 주식투자자 워렌 버핏은 지난 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애플과 마찬가지로) 버핏이 없으면 버크셔가 달라질 거란 우려를 안고 있는 2,000명이 넘는 주주들 앞에서 "버크셔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후계자 밑에서도 대부분의 매니저들이 회사운영을 지금과 똑같이 수행할 것"이라며 버크셔는 버핏이 없어도 좋은 성과를 앞으로 계속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텔리스 교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톱다운 방식이 아닌 '바텀업'(bottom-up) 방식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바텀업 방식에선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이 한 사람 CEO가 아닌 수많은 직원들로부터 솟아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바텀업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선 차등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미국기업은 일반적으로 직원들에게 성과는 작은 보상을 주고 실패엔 큰 처벌을 내린다. 그러나 성과는 큰 보상을 주고 실패하면 작은 처벌을 주는 차등 인센티브 제도가 '바텀업' 방식을 더 효과적으로 운용되게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인 구글이 바로 '바텀업' 방식과 차등 인센티브 제도를 갖춘 대표적인 기업이다.

사실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사내에 애플 대학(Apple University)을 설립하고 조직구조를 기능적(functional)으로 구성하는 등 애플이 자신이 없어도 지속적인 혁신을 이룩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에 노력을 기울였다. (애플의 조직구조는 제품군이 아닌 엔지니어링, 마케팅, 제조, 재무 등의 기능별로 구성돼 있다.)

한편, 버핏은 기업이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선 "후계자가 더 똑똑하고, 에너지 넘치고, 열정이 가득차야 한다"며 자신을 뛰어 넘는 자질을 갖춘 후계자를 고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혁신기업의 성공이 스티브 잡스나 이건희 같이 CEO의 역량에 달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버핏의 말대로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나 이건희를 뛰어넘는 후계자를 고르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혁신기업이 한 사람 CEO에 의존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텔리스 교수의 톱다운 방식 경계론을 흘려 들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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