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잇단 인명피해 사고, 구멍 뚫린 안전

머니투데이 류지민 기자 2013.05.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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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대형공장 사고 10건···노후설비, 안전불감증 등 대책 마련 시급

최근 산업현장에서 인명을 앗아가는 대형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한 일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설비와 안전 불감증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전기로 보수작업을 하던 근로자 5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전기로 내부 작업 시 산소 부족 등의 작업환경 특성에 따른 안전 의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작업을 실시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 정부가 사고 줄이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대형공장에서만 벌써 10건에 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14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는 폭발로 인해 6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2000년 25명의 사상자를 낸 호성케멕스 폭발사고 이후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사고였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는 네 달 만에 똑같은 사고가 반복됐다. 지난 1월, 불산이 누출돼 작업하던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지난 2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누출사고로 근로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북 상주산업단지의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는 연초 200여톤의 염산이 누출되면서 주민 7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공장은 결국 사고 2개월 만에 전면 폐업됐다.

지난 3월에는 경북 구미 국가산단에서 LG실트론 불산 혼합액 누출사고, 구미케미칼 염소가스 누출사고, 한국광유 옥외 저장탱크 폭발사고 등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구미산단은 지난해 9월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약 9톤의 불산이 누출되면서 5명이 사망하고 특별재해구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사고들은 준공시기가 20년 이상 된 노후시설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관리·감독 소홀이 더해지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지난 3월 구미산단에서 발생한 기름 저장탱크 폭발사고의 경우 공장은 구미에 위치하고 있지만 등록은 경상북도로 돼 있어 구미시와 구미소방서의 감독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냈던 여수산단 내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제2공장 역시 1989년 11월 준공돼 20년 이상 가동 중인 시설이다. 산단 내 대형공장들의 경우 매년 정기점검과 보수작업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좀 더 체계적인 안전관리와 감독시스템이 요구된다.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노후화된 시설의 단계적인 교체가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다. 기업들도 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만 자금 문제 등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동 중인 중화학공장은 가동기간이 20년 이상인 것이 대부분"이라며 "사고발생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관리를 소홀히 한 해당 업체에 있지만, 산단이나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나 지원방안이 마련된다면 사고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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