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살아난다? 군불 지폈지만…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3.05.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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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주택시장 봄날 오나/ 4·1 부동산대책, 주택업계 전망은?

주택경기 살아난다? 군불 지폈지만…


"글쎄요. 침체기를 오래 겪다보니…."

4·1 부동산대책의 효과에 대한 주택건설업계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부동산 비관론자가 주장하는 '가뭄의 단비'나 친시장론자의 '대책 무용론'은 업계에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기존 주택거래시장이 서서히 온기를 띠고 있지만 당장 새로운 주거상품을 팔아야 하는 분양시장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4·1 부동산대책 이후 분양시장의 분위기를 주택공급물량이 많은 대형사 6곳을 통해 들어봤다.



◆주택경기 살아난다? "글쎄요"

"주택가격이 올라야 분양에서도 재미를 볼 수 있겠지만 아직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잖아요. (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에도) 과거처럼 뜨거운 분위기가 조성되긴 어려울 겁니다."

평소 분양물량이 많은 A건설사의 홍보 임원에게 "부동산대책이 나왔으니 숨통 좀 트이겠다"고 운을 뗐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오히려 "건설업체들이 국내 주택시장에서 더 이상 먹거리를 찾지 않는 현실을 익히 알고 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분양가격도 턱 없이 떨어져 국내 주택사업으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었다.



분양물량이 많은 곳일수록 이 같은 분위기가 역력했다. 6월 대규모 분양을 앞두고 있는 B건설사 분양마케팅 임원은 "부동산대책이 나왔다고 해서 공격적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거나 평형을 키우기엔 여전히 시장이 어렵다"면서 "소비자의 선호도에 맞춰 보수적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고 답했다.

미분양 물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대형 평형이 이번 대책에서 제외되면서 제도적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대규모 분양물량이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요건에 맞지 않아 당장 수혜가 없는 것이 시장을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이유로 작용한 듯하다.

C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감안하면 이번 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젊은 층의 주택구입 의사가 크게 떨어지면서 주택가격을 지지해줄 수요를 잃었다고 본다"며 "이번 대책이 분명 주택건설업계에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대세상승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군불은 지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건설업체 전체가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계약이 폭발적인 증가추세에 있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분위기를 가늠할 현상들을 찾은 곳도 있다.

D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대책 이후 문의가 많이 늘었다. 한 사업장이 주말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이미 20여건의 가계약이 이뤄지기도 했다"면서 "분양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은 맞다"고 답했다.

하지만 주택경기를 지켜보는 수요자처럼 수요의 동향을 관망하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당장 대책효과를 판단하기에 정량적 변화나 표본이 없다는 게 주요 이유다. 문의가 늘었다고 계약결과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E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단지에서 가계약이 본계약으로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대책 한달만에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꼈다. 특히 4·1 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 한달 뒤에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사실상 대책은 5월에나 결정된 셈이라는 지적이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이달 중순 분양을 시작하는 F건설사의 관계자도 "이달 내에 이번 대책에 대한 시장효과가 드러날 것"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 회사는 전평형에서 양도·취득세 수혜대상인 전용 85㎡형이어서 부동산대책 효과를 판단하는 좋은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관계자는 "뚜껑(분양 결과)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회사 분위기는 '낙관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더 많다"고 내부사정을 전하면서 "그나마 장기간 전세로 살아온 주변 지역수요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 늘었다지만…

4·1 부동산대책이 한달 보름여를 지나고 있음에도 건설업계가 주택시장에 대한 확신 없는 전망을 내놓는 이유는 뭘까. '알쏭달쏭'한 각종 지표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거래신고는 3월 대비 4.4% 늘었다. 수도권도 12.4% 증가했다. 특히 강남권의 거래량은 눈부시다. 1월 대비 5배가 넘게 올라 4·1 부동산대책 효과의 최대 수혜지역이 됐다.

하지만 주택가격은 여전히 감소세다. 지난 2일 KB국민은행이 전국 147개 3만3676개 주택을 대상으로 조사한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택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0.13% 하락했다. 19개월 연속 하락세다. 서울(-0.08%)이 비교적 낮은 낙폭을 보인 반면 인천(-0.28%)과 경기(-0.14%)는 상대적으로 큰 하락폭을 보였다.

대부분의 지방 시장도 반전을 꾀하지 못했다. 부산(-0.04%), 대전(-0.03%), 울산(-0.01%), 강원(-0.10%), 전북(-0.09%), 전남(-0.17%) 등에서 집값이 떨어졌다.

유독 TK(대구·경북)지역만 강세를 보였다. 대구가 0.73%, 경북이 0.77%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부동산 열기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가격하락기에는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재 부동산시장은 가격하락에도 거래량이 느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급매물의 소진으로 이 현상을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7일 뒤에 나온 한국감정원의 통계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한국감정원은 4월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아파트가격이 0.10%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 수준으로의 복귀다. 주간단위 조사여서 해석에 한계가 있지만 국회 법사위 통과로 양도소득세 및 취득세 감면이 사실상 확정된 이후여서 의미가 있다.

이들 통계를 묶어 해석하면 이쯤 될 듯하다. "4·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거래량이 늘었지만 주택가격 하락까지 막지는 못했다. 4월30일 법안이 어느 정도 확정된 이후 소폭 반등했다." KB시세가 주택 전체에 대한 조사인 반면 아파트가격에 국한된 감정원 통계의 한계를 크게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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