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진단 셀프테스트기' 대중화될까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3.05.06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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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테크]아큐젠, 통신모듈 단 3세대 셀트테스트기 연구개발

편집자주 차별화는 성공방정식으로 통한다.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발상 전환이 요구된다. '이 제품은 어떤 기술이 조합된걸까'. '저 서비스가 나온 사회·경제·문화 배경은 뭘까' 누구나 한번쯤 궁금증을 품어볼만한 제품 곳곳의 숨은 과학원리들을 함께 들여다보자.

아이들이 갑자기 아플 때 이게 병원을 가야 할 정도인지, 그럴 필요가 없는지, 애매한 경우가 종종 있다. 무조건 '업고 뛰는' 것보다 그 자리에서 당장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도 발생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약국에서 판매하는 임신진단키트(kit)처럼 질병 진단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셀프테스트기는 없는 것일까.

에이즈와 결핵 등 중증질환이나 조류독감 등의 간염성질환, 비만과 당뇨, 고지혈증 등의 대사성질환까지 손쉽게 진단해 볼 수 있는 셀프테스트기를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이 연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기술지주사인 ETRI홀딩스가 출자한 연구소기업 아큐젠헬스케어는 바이오칩 리더기와 통신모듈을 결합해 환자 혼자서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3세대형 현장검사(POTC, Point Of Care Testing) 진단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3세대형이란 초소형·초정밀 내부시스템을 통해 검사를 실시하고,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가능한 제품이란 게 아큐젠 헬스케어의 설명이다.

올해말 상용화를 앞둔 진단기는 BT(생명공학기술)과 NT(나노기술), IT(정보기술)가 융합된 유헬스케어(U-Health Care) 제품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융합형 기술 사업화 모델에 가장 적합한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미진 아큐젠헬스케어 대표는 "지난 2년간 R&D(연구개발)에 공을 들여 GMP(우수의약품의 제조·관리 기준)에 맞춘 생산시설을 가동할 수 있는 기반을 준비했다"며 "우선 디지털화된 임신배란측정기를 올 하반기쯤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은 테스트한 결과를 블루투스나 NFC(근거리무선통신) 등의 통신장비를 통해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부모, 형제, 친척들의 스마트폰에서도 공유할 수 있다. 테스트기 내부는 면역화학기술이 응용된 바이오센서와 분자진단기기(PCR)가 부착돼 있다. 저전력에서도 구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고, 액정표시장치를 통해 그 결과를 명확하게 알려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아큐젠헬스케어는 우선 국내 식품의약법이 허용하는 임신배란측정기를 먼저 내놓을 예정이며, 추후에 암이나 에이즈 진단용 등의 셀프테스트기도 의료전문기기로 등록한 후 국내외 선보일 계획이다.


셀프테스트기 보급이 우리 사회 생활 전반에 미칠 경제적 이득은 크다. 우선 직장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건강보험료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보험적용이 되는 각종 진단을 병원에 가지 않고서도 자신이 직접 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의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병원의 대형검사기기를 통할 경우 검사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통상 1~2주 이상 걸리는 반면 셀프테스트기는 2~3분 내로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때문에 즉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런 셀프테스트기는 국내선 법적으로 임신베란진단기에만 허용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질병까지 파악할 수 있는 용도로 일반인들에게 판매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셀프테스트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의료업계는 셀프테스트기 판매를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상품화 자체가 원천적으로 어렵다보니 타 연구분야에 비해 기술발전이 뒤떨어진 편이다.

이와 더불어 셀프테스트기는 소형화되어야 하고, 구매하기에 부담이 없는 낮은 가격대로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수지타산을 아직까진 맞추긴 힘들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어쨌든 미국과 유럽의 경우 각종 셀프테스트기를 약국이나 대형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구매해서 쓸 수 있다. 100% 정확한 진단보다는 개인의 알권리가 우선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건강보험료 부담이 매우 큰 편"이라며 "조기진단이 가능한 셀프테스트기 사용이 보편화되면 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훨씬 더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0세 시대다. 50세부터 건강진단을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향후 50년간 건강진단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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