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임종철
비단실을 만들어 낼 누에는 날씨가 따뜻하기를 바라지만 보리는 쌀쌀해야 잘 큰다. 나들이 가는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은 화창하기를 원하지만 모내기해야 하는 농민들은 비 내려달라고 기도한다. 누에에게 먹일 뽕잎을 따는 처녀들은 살타는 햇볕보다는 선선하게 구름 끼게 해 달라고 빈다…(作天難作四月天 蠶要溫和麥要寒 行人望晴農望雨 採桑娘子望陰天).
취임한 지 두 달이 막 지난 박근혜 대통령도 ‘5월의 하느님’이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모든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제2 한강의 기적’을 실현하겠다고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내 밥그릇이 적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집단이기주의의 벽에 부딪쳐 있다.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에 부딪치고(사전에 소통을 충분히 못했다는 비판의 여지는 있지만),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논란’으로 대통령에 취임한 지 52일이 지난 뒤에야 겨우 내각이 출범하고, 창조경제가 시작도 하기 전에 ‘창조경제 피로증’에 걸려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배달민족은 평등의식이 매우 강하다. 내가 잘되는 것은 내가 잘해서 그런 것이고, 내가 어려움에 처하고 남이 잘 되는 것은 제도와 사회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플’ 정도니 평등보다는 질투에 가깝다. 이런 국민들을 상대로, 실타래처럼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경제성장과 정치사회 발전을 이룩해야 하는 과제가 박 대통령에게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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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하느님’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도하는 사람들이 양보하는 일이다. 나의 소원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희망도 실현돼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고, 남의 사정에 내가 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남을 배려하는 추기급인(推己及人)의 바탕 위에 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소통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70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소원을 빌었다. 할머니는 “우리 두 사람 지금 이대로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고, 할아버지는 “나보다 서른 살 어린 여자와 살게 해 주세요”라고 손을 모았다. 두 사람의 소원이 모두 이뤄진 뒤 결과는? 할아버지가 100살이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언론사 편집국장과의 오찬에서 이런 우스개를 했다. “편집국장과 기자가 요술램프에게 소원을 하나씩 빌었다. 기자가 먼저 ‘편히 살게 해주세요’라고 하자 아주 좋은 집에 편히 살게 됐다. 다음에 편집국장이 ‘바빠 죽겠는데 기자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며 찾아달라고 했고 기자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박 대통령은 편집국장과의 자리가 어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우스개를 꺼냈겠지만, ‘5월의 하느님’처지에 놓인 상황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