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일부 지주사, 사외이사 밀실인사 우려

더벨 윤동희 기자 2013.05.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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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⑦우리·하나금융, 사추위 비밀인사…사외이사 상호 추천·평가결과 비공개

편집자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이달 초에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도 밝혔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체제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지주사 회장 선임 등 CEO 승계 프로그램과 이사회 구성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현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더벨|이 기사는 04월29일(08:0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자체적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며, 재선임 시 서로를 추천하는 데 제한이 없다.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이지만 실질적으로 주주가 사외이사 후보 검증 작업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국내 금융지주사는 이사회 내 위원회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결성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고 최종 후보 선임을 의결한다. 이렇게 해서 결정된 최종 후보는 주주총회를 통해 승인된다.

◇ 우리금융·하나지주, 사추위 고작 한번뿐

사추위는 통상 회장 1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4명과 회장 1명, KB금융 (79,400원 ▲700 +0.89%)지주는 사외이사 4명과 회장 1명, 하나금융지주 (61,700원 ▲800 +1.31%)는 사외이사 5명과 사내이사 1명, 우리금융 (11,900원 0.0%)지주는 사외이사 5명과 회장 1명으로 구성돼있다. 경영진 견제가 사외이사의 주역할임에도 최고경영자(CEO)가 사추위에 개입하고 있다.



각사별로 최근 사추위 활동내역을 확인하면 KB금융지주는 5번, 신한지주 (47,150원 ▲1,150 +2.50%)는 3번의 회의를 열어 후보를 검증, 선발하는 절차를 실시했고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한차례만 시행했다. 상대적으로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형식적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회의가 적다 보면, 밀실인사 우려가 오히려 커지게 된다.

사추위 내역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사추위 구성방식이나 운영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선출 방식 보다는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유착이 됐거나 반대로 사외이사 집단이 권력화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미흡하다는 게 요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CEO에 편중됐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체제를 만들었는데 또 그것이 극단적으로 흘러가 부작용이 나고 있다"며 "시스템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영의 문제로, 체제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모럴 해저드가 사건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사추위에 추천되는 후보는 기존 사추위 위원의 주변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주회사법, 상법 등에서 사외이사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지만 1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사외이사 선임작업에서 모든 금융지주가 매번 공익적인 인물을 발굴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끼리끼리 추천에 평가결과도 비공개

사외이사 재선임 시에도 팔은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다. 연초 4대 금융지주의 사추위 내역을 보면 재선임 대상 사외이사는 모두 현직 사외이사의 추천을 받고 연임됐다.

'끼리끼리 추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있으나 큰 효용이 없다. 사외이사 모범규준 19조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은 재선임 시 사외이사 재임기간 동안의 평가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말, 신한금융지주는 1월, 우리금융지주는 2월, 하나금융지주는 3월에 사외이사 평가를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평가 방식은 자기평가와 이사회 평가 직원평가를 종합한 다면평가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 결과는 비공개다. 평가 내역과 결과에 대한 정보가 주주들에 전달이 되지 않고 평가 결과가 사추위 의사결정에 얼마나 고려됐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도 사외이사의 자격과 활동에 대해 나름대로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사외이사 평가결과 공개가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CEO와 사외이사에 방치해놓은 사안이었지만 이제는 주주도 금융기관의 경영 상황과 지배구조 문화 형성에 참여할 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사외이사 재선임에 대한 모니터링만 제대로 이루지면 개별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사외이사가 선임·연임되는 문제가 방지될 수 있을 거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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