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김성근감독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3.04.2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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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사진제공=OSEN↑'야신'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사진제공=OSEN


야구의 신을 뜻하는 ‘야신(野神)’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는 한국야구계에서 변함없는 ‘야당(野黨) 대표’인지도 모른다. 야구계에 현안이나 문제점이 생기면 거침없이 비평하고 때로는 독설(毒舌)도 마다하지 않는 고양 원더스 김성근감독(71)이 너무 침묵하고 있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김성근 감독에 대한 소식이 가장 최근에 전해진 것은 ‘야신 김성근 감독의 경영학, 불황 속에서 그에게 기업들의 강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는 ‘조선 비즈’의 기사였다. 야구가 아닌 경영학으로 자신을 조명한 인터뷰에서 김성근 감독은 ‘나는 꼴찌팀 감독, 어려운 중소기업 사장과 비슷하다’고 했다.



승승장구하던 한국프로야구는 홀수인 9구단 체제가 시작된 올 시즌 예상을 훨씬 넘어선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중수가 20% 가까이 감소해 목표로 설정한 750만 관중은커녕 지난해 관중수(715만6157명)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어이없이 1회전 탈락을 했다고는 해도 프로리그가 홀수 구단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설마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 못했을 만큼 심각했다.



한국프로야구는 이 방식으로 내년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모두가 금년 포함 2년 동안 한국야구가 다시 침체기로 돌아설 것 같아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은 조용하다. 정말로 기업 강연에 바빠서 야구계를 돌아볼 시간이 없는 것일까.

24일 오후 김성근 감독은 고양 원더스를 이끌고 인천 송도 LNG 구장에서 SK 3군(감독 김대진)과 연습 경기를 하고 있었다. 역시 그는 지금도 야구장을 지키고 있다.


김성근 감독과 전화로 두서없이 야구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성근 감독은 완곡하게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주위 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말 한마디에도 조심하고 신중했다.

요즘 공, 사기업 대학 초청 강연을 많이 해서인지 김성근 감독은 “이 불경기에 야구장 입장료를 인상한 구단들이 있다. 그런데 생활이 어려워져 돈을 쓸 수 없는 분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우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야구를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 문제는 갈수록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점이다. 모두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관중 감소 현상에 마케팅 관점에서 접근했다.

팀의 전력이 약한 것에 대해서는 ‘가난한 집 살림 사는 법’을 내놓았다. 김성근 감독은 “가난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만 하면 안 된다. 자기 합리화를 하려하고 동정이나 받고 끝난다. 선수층이 빈약하면 선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감독 코치가 필요한 것’이라고 선수 육성론을 펼쳤다. 요즘 기량이 발전한 신예들이 나오지 않는 것을 걱정했다.

'큰 집에서 사는 방식'도 언급했다. 구장 펜스를 뒤로 밀어 구장이 ‘큰 집’이 된 한화가 마침내 큰 집을 운영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고 기뻐했다. 투수력이 약하거나 상대팀의 홈런을 줄이기 위해 구장을 넓히면 반드시 홈 팀의 외야수가 빨라서 수비 폭이 넓고 2루타를 1루타로 만들기 위해 어깨가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장을 넓힐 때는 외야수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수비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화를 떠나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김성근 감독은 “개막을 해서 처음 봤을 때 놀랐다. 한국에서 던질 때와는 달라져 있었다. LA 다저스 가서 팔 스윙이 위에서 아래로 각도 크게 이뤄졌고 팔로스로도 길어졌다. 그런데 지쳤는지 또 팔이 옛날처럼 옆으로 처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럴 경우 볼의 각도가 없어져 맞기 쉽다. 현재 상태로 보면 5회까지는 좋은 피칭을 할 수 있고 그 후로는 지친 상태에서 하는 것 같은 투구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름에 많이 더워지거나 장거리 원정에서 피로가 누적되면 구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니 컨디션 조절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15년에 1군에 진입하는 한국프로야구 제10구단 KT에 대해 걱정을 했더니 김성근 감독은 오히려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의 신생 구단이 성장하는 과정을 깊게 연구해 팀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준비를 하면 경쟁력 있는 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독립 팀인 고양 원더스는 올시즌 퓨처스리그 팀들과 48경기를 펼친다. 게임 수가 적어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상대 팀을 찾아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강도 높은 훈련과 계속되는 경기 중 간혹 시간이 나면 기업들의 강연 요청에 응하고 있다.

기업들도 어려운 여건이다 보니 과거 태평양 쌍방울 등 최하위 팀을 경쟁력 있는 구단으로 조련한 김성근 감독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는 모양이다. 삼성전자는 22번의 강의를 요청했는데 김성근 감독이 야구에 지장이 없는 한도에서 13번으로 줄였다.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에 나타나는 기현상은 어느 팀이 1, 2위를 다투고 있는지, 4강권에 어떤 팀이 있는지에 팬들의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첫 승, 김응룡 감독의 한화가 언제 연패를 탈출하느냐를 더 주목했다.

선동열 감독의 KIA가 1위를 달리고 있어도 팬들이 야구에 열광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30대를 주축으로 하는 여성 팬덤(fandom)들이 야구와 멀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누군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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