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포장까지 독점? 오리온 회장, 개인회사 3900억 벌어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13.04.2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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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멈추지않는 오너 특혜](1)횡령배임 진원지 '아이팩'

과자포장까지 독점? 오리온 회장, 개인회사 3900억 벌어


오리온 (15,050원 ▲280 +1.90%)그룹 담철곤 회장의 개인 소유회사이자 검찰수사 진원지였던 '아이팩'이 지난해 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연간 8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아이팩에 지원된 계열사 매출만도 2112억원에 이른다.

아이팩은 과자 포장재를 만드는 업체로 담 회장 지분이 53.33%이다. 나머지 지분 46.67%는 아이팩의 자회사 '프라임 링크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가 순환출자 방식으로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담 회장 1인 소유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이전 담 회장이 차명주식을 통해 우회적으로 소유했던 기업으로 지난 2011년 6월 담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과정에서 범죄 혐의의 진원지였던 업체다. 담 회장은 당시 아이팩을 통한 횡령·배임 혐의로 그해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고, 2012년 1월 속개된 2심에서는 징역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난 바 있다.



◇포장재 사업 독점, 사세 키우고 고배당=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담철곤 회장 소유의 개인 기업인 아이팩과 그 자회사 랑팡 아이팩 팩킹 등은 지난해 오리온 (15,050원 ▲280 +1.90%)과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오리온푸드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한 매출액이 79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아이팩 전체매출 883억원의 90%다. 또 직전연도 계열사를 통한 매출액(717억원)보다 11.1% 증가한 것이다. 지난 2010년 아이팩의 계열사를 통한 매출액 603억원에 비해서는 31.1% 급증한 규모다.

아이팩은 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에도 오리온과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에 과자 포장재 등을 독점 납품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늘려온 것이다. 오리온과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등은 다른 협력업체로부터는 포장재를 납품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팩의 지난 2007년 이후 최근 6년간 매출액은 3900억원이 넘는다. 대부분 계열사 납품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다.



과자포장까지 독점? 오리온 회장, 개인회사 3900억 벌어
연 매출 2조3600억원에 달하는 국내 굴지의 제과그룹이 포장재만큼은 오너 개인 기업에 독점적인 납품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팩은 계열사 지원에 힘입어 2009년 이후 매년 40억원이상의 영업흑자를 누려왔다. 2008년 이후 당기순이익은 흑자였다. 2010년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건물을 오리온이 최대주주인 스포츠토토에 698억원에 팔면서 338억원의 특별순익을 거뒀다. 이 빌딩이 아이팩 소유이고 아이팩은 담 회장 개인 소유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오너 개인 빌딩을 그룹 계열사에 넘긴 것이다. 이 빌딩은 현재 스포츠토토 사옥으로 쓰이고 있다.

이 같은 경상이익과 특별이익은 배당과 유상감자 등으로 담 회장 수중으로 한꺼번에 흘러 들어갔다. 검찰수사가 있었던 2011년 검찰수사 직후 담 회장이 배당과 유상감자로 받아간 금액만 280억원이다. 일부에선 이처럼 대규모 유상감자와 고액 배당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에 대해 담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134억원을 아이팩에 반납한 것을 보전해주려는 의도로 본다. 당시 담 회장은 법원 판결에 유리한 영향을 주기 위해 횡령 배임 금액에 해당하는 134억원의 돈을 아이팩에 자산 수증 방식으로 자진 반납했다.

검찰 수사 당시 담 회장은 계열사 아이팩을 통해 자신이 타고 다니던 람보르기니와 포르쉐 같은 고급 외제차 리스비용을 대신 지급하게 하고, 서울 성북동 자신의 사택과 연접한 대지를 아이팩 서울사무소 용도로 사들이게 한 후 이곳에 건물을 신축해 실제로는 자신의 개인 갤러리와 체력 단련실, 개인 차고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 개인 소유인 아이팩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우회적으로 지원받은 것이다.


◇중국법인 급성장 수혜도 담회장 소유기업에 고스란히=아이팩은 중국 현지법인 매출이 한국법인 매출보다 많은 오리온그룹의 특수한 사업구조에서도 그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아이팩이 담 회장 개인 소유 기업이 아니라면 납득할 수 없는 특혜로 볼 수 있다.

과자포장까지 독점? 오리온 회장, 개인회사 3900억 벌어
아이팩의 손자회사인 '랑팡 아이팩 팩킹'(포장 인쇄업)은 오리온의 중국 현지법인인 오리온푸드와 오리온푸드 광저우, 오리온푸드 상하이 등에 국내와 똑같은 구조로 포장재를 독점 납품하고 있다. 랑팡 아이팩 팩킹이 오리온의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이 2010년 167억원이었지만 담 회장이 구속에서 풀려난 2012년에는 303억원으로 81% 증가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채이배 회계사는 "그룹 계열사들을 상대로 독점적으로 포장재를 납품해주는 아이팩의 사업구조는 오너 개인 회사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것"이라며 "그룹 계열사들이 총 동원돼 오너 개인에게 사실상 세금 없이 부를 이전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팩에 오리온 계열사 매출이 급증한 시점과 아이팩 지배구조가 차명주주에서 담 회장 개인으로 전환된 시점이 맞물리는 것도 노골적인 오너 특혜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아이팩은 지난 2009년 만해도 매출액이 513억원 정도였는데 2010년 784억원으로 52% 급증했고, 2011년 863억원으로 다시 10% 늘었다. 2009년 당시 아이팩은 담 회장이 박병정 씨 등 차명주주를 통해 아이팩을 우회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1년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이 차명주식은 담 회장 소유로 실명 전환됐다. 담 회장의 차명주식이 실명전환 되기 직전과 직후 불과 2년동안 아이팩 매출은 270억원이 불어났다.

한편 오리온그룹은 "아이팩 이외에 다른 기업으로부터 포장재를 구입하진 않고 있지만 아이팩이 오너 개인 기업이어서 독점적으로 포장재 납품을 허용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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