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엔 세단, 주말엔 다목적차량 변신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3.04.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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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기아차 뉴 카렌스 시승기/ 벚꽃 나들이 갔다왔더니 "굿"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세그먼트에 대해 각사별로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지만 우리는 이 차에 어떤 세그먼트라고 명칭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3일 경주보문단지 내 현대호텔에서 열린 시승회에서 서춘관 기아자동차 국내마케팅실장은 올 뉴 카렌스가 어느 세그먼트에도 위치하지 않는 차라고 설명했다.



신형 카렌스는 세단과 RV의 중간쯤 되는 영역에 위치해 있다. 서 실장은 "굳이 경쟁상대를 찾자면 쉐보레 올란도 쯤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덩치부터 확연히 차이가 있다. 전장 차이만 해도 140mm다. 물론 올란도가 길다. 올란도가 7인승을 기본형으로 하고 있다면 신형 카렌스는 5인승을 기본으로 한다. 7인승 트림이 차후 출시될 예정이지만 3열 탑승이 넉넉해 보이진 않는다. RV치곤 세단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대목이다.

단종된 전 모델과 비교하면 전장이 약간 줄었고 높이도 40mm 낮아졌다. 푸조나 시트로앵의 스타일처럼 보닛과 A필러로 이어지는 각도가 직선에 가까워 제법 날렵한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신형 카렌스를 RV로 분류한다. 전 모델인 카렌스가 RV로 구분됐던 데다 레저에 적합한 차라는 의미의 RV의 요소를 버리지 않고 있어서다. 보다 세분화하자면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SUV보단 밴의 성격이 강한 MPV 영역이다.

결론적으로 주중에는 세단처럼 이용하다가 주말에 가족들과 나들이하기에 적합한 MPV로 변신하는 차다. 송세영 기아차 스타일링 실장의 "30대 젊은 가장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복합적으로 디자인했다"는 설명은 차량을 보면 크게 와닿는다.

벚꽃이 만개한 4월 초, 경주현대호텔에서 구룡포를 거쳐 호미곶을 찍고 돌아오는 124km의 제법 긴 코스에서 신형 카렌스를 시승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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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용 레저차량으로 최적화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5인승 승용 1.7 디젤모델이다. 2000cc급 대신 RV시장에서 보기 드문 1700cc를 선택했다. 배기량이 낮아지면서 우려됐던 동력성능은 주행을 통해 확인됐다.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3.0kg·m의 힘은 강함 대신 부드러움을 선택한 판단으로 느껴진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i40에 비해 좀 더 가볍게 치고 나가는 기분이다. 대체로 부드럽게 세팅된 서스펜션을 통해 운전자의 안정성을 한껏 높여준다.

하지만 한계속도에 가까운 고속주행에서는 불안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RV차량의 특징인 높은 차체에 따른 한계로 보였다. 6단 자동변속기어는 무난했지만 때론 5단에서 6단으로 변속되는 시점에서 부드럽지 못했다. 90km/h에서 페달을 끝까지 밟자 변속이 한 템포 더디게 반응했다.

어쨌거나 패밀리형 RV라는 차량 성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할 일은 별로 없다. 가족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계속도를 내며 질주하거나 우왁스런 급가속을 하는 가장이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운전자라면 이 차는 '비추' 대상이다.

말랑말랑한 핸들감은 오히려 여성운전자에게 더 잘 어울린다. 컴포트모드를 적용하면 손가락 하나로도 조작이 가능할 정도다. 평소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을 선호하는 기자에게는 억세다는 스포츠모드의 조작감도 부드럽게 느껴졌다.

측정연비는 11.7km/l가 나왔다. 공인연비인 13.2km/l에 비해 낮게 측정됐지만 시승모드(?)의 주행패턴을 감안하면 준수한 수준이었다.
 
주중엔 세단, 주말엔 다목적차량 변신
◆중형차 이상의 사양…가격은 무난

신형 카렌스는 국내 차종 분류기준에 따라 준중형으로 구분되지만 안전사양과 편의사양만큼은 중형급과 맞먹는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발동하는 차체자세제어장치와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이를 통합 제어하는 VSM(차세대VDC)이 대거 적용됐다.

중형차 이상에서 적용되던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나 6에어백 시스템도 기본사양이다. 차선이탈 경보시스템과 코너링 램프 등도 준중형 차량에 적용되기에 과분한(?) 기능들이다.

가족용 미니밴의 특성을 살려 곳곳에 배치된 수납함은 엄마들이 좋아할 법하다. A필러에서 중앙부로 작동하는 와이퍼와 뒷좌석까지 시원하게 개방되는 와이드 선루프 역시 가족들이 선호할 만한 매력으로 꼽힌다.

가격상승폭은 기본사양을 대거 적용한 것에 비하면 무난하다. 1.7 디젤 모델은 2085만~2715만원이다. 기존에 없던 최고급 사양인 노블레스를 제외하면 전 모델에 비해 5만~102만원 싸졌다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2.0 LPI 모델은 1800만~2595만원이다. 기본트림인 디럭스가 자동변속기를 제외한 가격이다. 자동변속기를 적용하면 가격은 1965만원부터 시작된다. 승용과 RV의 경계에 선 올 뉴 카렌스가 30대 부부의 실속형 애마로 거듭날 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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