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선 여배우 정지희(민지현 분)가 성접대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자 친오빠가 동생의 소속사 대표와 성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은 언론사 사주와 영화감독을 고소하면서 벌어진 재판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성접대를 받은 언론사 사주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여배우가 당하는 강도높은 변태적 성행위 장면까지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뒀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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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에게 왔을 때
아무도 항의해줄 이가 남아있지 않았다.'
권력이 부당하게 다른 사람들을 괴롭힐 때,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모른 척 한다면 결국엔 피해가 돌아오게 돼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연예계 성상납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론 욕망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서 다양하게 이뤄지는 부당한 구조적 폭력을 고발하고 있다.
# 얼마 전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씨가 "성상납을 제안받았다가 거절해 방송에서 잘린 적이 있다"고 공개해 화제가 됐다. 그녀는 "욕심이 없으면 거절할 수 있다"며 "그건 자신의 선택"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 구조적인 폭력을 그저 개인의 욕심과 선택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도 안 된다.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그 일에 필요한 재능과 열정만으로 세상의 평가를 받아야지, 권력을 가진 이들의 입맛에 따라 재단돼선 결코 안 된다.
영화에서 정지희는 언론사 사주에게 "제 이름은 정.지.희에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정작 그녀의 몸을 탐하는 언론사 사주는 이름 따위엔 관심이 없다. 비록 이름 없는 이여도, 힘없는 자라도 무시 받지 않고 부당하게 피해 받지 않는 사회를 이루는데 이 영화가 작은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 사족. 이 영화의 제작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범죄와의 전쟁' 등 여러 영화에서 조연으로 인기를 얻은 배우 마동석은 출연료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올랐다. 그런데 첫 주연을 맡은 이 영화가 민감한 소재로 인해 투자를 제대로 받지 못하자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대신 흥행 성적에 따른 러닝 개런티를 받기로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