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된 아파트 주민들 "재개발 필요없다" 왜?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3.03.3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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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후']여의도신도시 개발 45년…주차장 민원뿐

 '100년 아파트'가 나온다. 국토해양부는 2015년부터 100년 주택인 '장수명 아파트' 인증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아파트 가운데 이미 100년 아파트로 지어진 주택이 현존하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대표적이다.

 42년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비롯해 일대 아파트들은 전략정비구역이었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로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장기간 중단됐다. 과거만큼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주민들은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이미 아파트 내부는 리모델링을 해서 큰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홍봉진기자 honggga@↑여의도 시범아파트. ⓒ홍봉진기자 honggga@


 ◇"너의 섬 나의 섬"…여의도의 '어제'
 부동산 한파는 여전하지만 여의도 봄꽃축제는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벚꽃축제가 열리는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서로'(옛 윤중로)에는 다음달 8일 꽃이 피기 시작해 같은 달 15일쯤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벚꽃축제기간에 매년 수백만명이 찾는  여의도는 조선시대에 양화도·나의주 등으로 불렸다. 현재 국회의사당 자리인 양말산이 홍수에 잠길 때도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어 "나의 섬, 너의 섬"하고 말장난처럼 부르던 것이 한자화돼 여의도가 됐다고 한다.



 여의도 면적은 한강둔치까지 측정한 기준으로 4.5㎢(136만평)다. 백과사전에는 8.35㎢로 나오지만 이는 한강 바닥과 밤섬 일부까지 포함한 행정구역상 면적이다.

 여의서로 제방 안쪽의 명실상부한 육지 면적은 2.9㎢다. 땅 면적을 이야기할 때 '여의도의 몇 배' 식으로 비교하는 경우가 많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이같이 3가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여의도는 1916년부터 간이비행장으로 사용되다가 68년 윤중제(輪中堤) 공사로 개발되면서 상업·금융·주거지구로 발전했다. 현재 여의도공원이 옛 비행장활주로였다.


 70년 5월 마포대교가 개통했고 71년 12월부터 시범아파트 24개동에 총 1790가구가 입주를 시작했다. 여의도 아파트 분양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A공인중개업소 이모씨는 "당시 아파트 분양권은 줄만 서면 줬다"면서 "500가구를 분양하면 500명에게 선착순으로 분양권을 줬고 분양권은 바로 5만원에 거래됐다"고 회상했다.

 당시 대림산업의 한달 월급이 6만~7만원 수준이었다고 하니 현재 수백만원의 가치를 선착순으로 나눠준 셈이다. 그 분양권을 사들인 복부인들은 수십배의 이익을 챙겨 부동산투기도 횡행했다. 이씨는 "당시 분양권을 받기 위해 줄서기를 했다가 일찍이 부동산중개업을 배웠고 실제로 돈도 많이 벌었다"고 귀띔했다.

↑여의도 봄꽃축제. 서울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상춘객들이 만개한 벚꽃을 보며 봄날 오후를 만끽하고 있다.ⓒ송지원 기자↑여의도 봄꽃축제. 서울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상춘객들이 만개한 벚꽃을 보며 봄날 오후를 만끽하고 있다.ⓒ송지원 기자
 ◇서울 첫 초고층 아파트, '이대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42년 됐지만 지금도 준공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10년 전 시범아파트를 구입해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워낙 튼튼하게 지은 아파트여서 전혀 불편을 못느낀다"면서 "재건축해 이익이 있다면 모를까 사업성이 없는데 (재건축을) 하겠다는 주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중개업소 이씨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씨는 "주차장이 협소한 것을 제외하면 재건축은 안해도 된다"며 "하수도, 파이프를 교체하고 내부 리모델링을 하면 새 아파트나 진배없을 정도"라고 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이름 그대로 아파트가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집이라는 시범을 보이기 위해 태어난 주택이기 때문이다. 70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로 생긴 불신 때문에 민간업체들이 개발을 꺼리자 서울시가 먼저 나서서 12층의 첫 고층아파트를 지었다.

 2009년 1월 여의도 아파트단지들이 전략정비구역에 지정됐을 때만 해도 주민들은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한 동북아 금융허브를 표방하는 초고층지역을 다시 꿈꿨다.

 지금은 사실상 '무관심'해졌다. 서울시의 한강변 최고 층수 제한에서도 '예외지역'으로 분류됐지만 현재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최근 여의도를 전략정비구역에서 해제했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SIFC)가 미분양으로 골치를 앓는 데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위기를 겪고 있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게 주민들의 판단이다.

↑불 밝힌 여의도 증권가. ⓒ홍봉진기자<br>
↑불 밝힌 여의도 증권가. ⓒ홍봉진기자
 ◇70년대 지어진 '100년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이익이 실종되면서 나오는 이야기가 '100년 아파트'다. 미국 주택의 평균 수명이 100년, 일본 주택이 54년인 데 비해 우리나라 주택은 27년으로 지나치게 짧다.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서대문구 충정로 3가 250에 세워진 '충정아파트'인데 일본인이 지었다. 준공연도는 37년으로 기록돼 있으나 실제로는 30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84세인 셈이다.

 서울시에서 준공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100년 이상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학주 SH도시연구소 연구원은 "80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모두 '장수명 아파트' 형태인 기둥식 구조"라며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100년 주택이 맞다"고 말했다.

 81년부터 도입된 벽식구조는 건물 높이(층고)를 낮출 수 있어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리모델링 비용이 많이 들어 30년이 지나면 재건축이 요구되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기둥식구조는 가변형 벽체를 이용할 수 있어 식구가 늘어나면 방을 더 만들고 식구가 줄어들면 벽을 없애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하는 등 리모델링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SH공사는 2012년부터 의무적으로 벽식구조로 짓지 않고 경제성을 높인 '중공슬래브'의 기둥식구조로 짓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밝혔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00년 아파트'로 지어진 데다 주민들의 생활수준도 높아 리모델링을 통해 수명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도 봄이 오고 수익성이 높아지면 재건축 기대감은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전략정비구역은 한강변에 위치한 1구역과 샛강변에 위치한 2구역으로 나뉜다. 마포대교 남단에서 63빌딩까지 한강변을 따라 조성된 1구역에는 시범아파트를 포함해 삼부·목화·대교·한양아파트 등 총 9개 단지 5002가구로, 샛강변을 따라 조성된 2구역에는 광장·미성아파트 등 2개단지 1321가구로 각각 구성돼 있다.
↑여의도전략정비구역조감도. ⓒ자료제공=서울시↑여의도전략정비구역조감도. ⓒ자료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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